주말 골퍼들은 여자골프 중계를 보면서 다소 모순적인 두 가지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어떻게 저렇게 잘 치지’와 ‘저 정도는 잘하면 나도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13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2)에서 시작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기아자동차 제33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은 첫 번째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을 만한 대회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한국여자오픈은 코스 난도가 높기로 악명높다. 코스 길이는 6,869야드에 이르고 볼이 구르는 거리로 측정하는 그린 스피드는 3.7m(1라운드 기준)다. 페어웨이 폭은 평균 20m에 불과하며 러프 길이는 최대 120㎜다.
주말 골퍼들은 벌벌 떨 코스 세팅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버디를 챙겨가는 선수들이 꼭 있다. 첫날 경기에서는 10대 ‘동생’들의 활약이 코스를 강타했다. 고교 2학년인 2002년생 김가영이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뽑아 4언더파 공동 선두로 나섰고 2003년 태어난 중3 윤이나는 2언더파로 공동 7위에 올랐다.
특히 중1 때 최연소로 KLPGA 준회원 자격을 획득한 김가영은 프로 대회 출전이 처음이다. 예선을 8위로 통과해 출전권을 얻었다. 김가영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3m 파 퍼트를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대표 선발전 때 매번 ‘한 끗’ 차이로 떨어져 국가대표 상비군만 5년째라는 그는 “코스가 어렵다는 생각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 ‘쉽다, 쉽다’라고 되뇌며 경기했다”며 “배우는 자세로 나온 대회인데다 그린에서는 과감한 스트로크 대신 조심조심 플레이했더니 믿기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기뻐했다. 이 코스 경험은 이번이 네 번째지만 전날까지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하느라 공식 연습 라운드도 못 하고 1라운드를 치렀다. 그런데도 페어웨이와 그린을 두 번씩밖에 놓치지 않았다.
윤이나는 올해 국가대표로 뽑힌 16세 소녀다. 서울경제가 후원하는 초등학생 대회인 덕신하우징 전국주니어챔피언십에서 2016년 우승하면서 주니어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가 주관하는 대회 출전권도 최근 따냈다. 10번홀에서 출발해 전반에 버디만 3개를 잡은 윤이나는 1·2번홀에서 연속 보기로 주춤했지만 이후 버디를 하나 더 보태며 성공적인 첫날을 보냈다.
상금·평균타수·다승(3승) 1위의 최혜진(20·롯데)은 버디 3개, 보기 1개로 2언더파를 적었다.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최혜진은 “다른 골프장이었으면 조금 아쉬운 성적이었겠지만 난도가 높은 곳이고 4라운드 대회이기도 해서 만족스러운 하루였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와 다르게 그린 입구의 러프까지 많이 길러놓아서 핀이 그린 앞쪽에 꽂힌 경우 공략이 굉장히 힘들다”며 “오늘(13일)은 바람이 거의 없었지만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180도 다른 코스가 되는 곳이다. 바람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2라운드에 대비해 샷의 탄도 조절 연습을 열심히 해오겠다”고 했다. 18번홀(파4)에서 벙커 샷 버디를 잡은 조정민이 김가영, 김보아와 공동 선두이고 이소영, 최가람, 장은수는 3언더파 공동 4위다. 김현수(27·롯데)는 12번홀(파3·168야드)에서 홀인원을 터뜨려 6,000만원짜리 K9 차량을 받았다. /인천=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