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위기론을 꺼내 들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부품·세트 전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이 부회장이 직접 현안 챙기기에 나선 가운데 IT·모바일(IM) 부문 사장단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를 통해서다. 이달 들어 반도체 두 차례, 스마트폰 한 차례 등 총 세 번 최고경영자를 소집하는 등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기사 4면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IM 부문 사장단과 경영간담회를 갖고 갤럭시폴드 출시, 5G(5세대) 이동통신 공략, 미국의 화웨이 제재 여파 등과 관련한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 투자를 차질 없이 집행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하게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13일 김기남 부회장 등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진을 2주 만에 다시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오는 2030년 비메모리 1위를 위한 133조원 투자 집행 현황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여파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임원은 “이 부회장으로서는 무역분쟁으로 반도체 하락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자신의 역할론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며 “잇단 최고경영진 회의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주입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