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복지 챙긴다며 산업경쟁력 내팽개친 내년 예산

정부 각 부처들이 요구하는 내년 예산과 기금의 총 지출 규모가 올해보다 6.2% 늘어난 498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국회 요구 사항을 고려하면 내년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토대로 9월3일까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가 내놓은 초슈퍼 예산 요구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복지지출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내년에 기초연금이 1조5,000억원 늘어나고 구직수당도 5,000억원 증가하는 등 마음대로 줄이기 힘든 의무지출이 급증하면서 예산 편성의 탄력성을 확보하기 힘든 탓이다. 특히 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무려 181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9% 늘어나며 예산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고 내수·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산업 부문이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산업·중소기업 분야의 요구액은 18조4,000억원으로 1.9% 줄었고 농림·수산·식품도 4.0% 감소했다. 연말에 일몰 도래하는 생산성향상시설투자 등 세액공제도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고 한다. 정부는 대규모 지역밀착형 사업이 지방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경제부처에서 앞장서 예산 규모를 줄여 잡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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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굳이 확장재정을 추진한다면 산업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미중 통상전쟁 등으로 국내외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와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 활성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선심성 예산 요구가 거세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정교한 정책 설계를 통해 예산 지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부는 무리한 현금복지나 선심성 사업을 과감히 줄이는 예산 지출의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부처마다 마구잡이로 추진하는 중복사업도 통폐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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