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의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에 대한 의혹이 점차 불어나고 있다.
고씨는 의붓아들이 의문사한 당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바자회를 하자고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또 발견당시 숨을 쉬지 않았던 의붓아들에게는 심폐소생술(CPR) 흔적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현재 제주청에서 넘겨받은 고 씨의 휴대전화 3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2대를 디지털포렌식 하는 등 정밀 분석 중이다. 경찰은 고씨의 의붓아들 A(4)군이 숨진 지난 3월 2일 전후로 고씨가 주변인과 나눈 대화와 인터넷 커뮤니티 작성 글, 검색 기록 등을 살피고 있다.
고씨는 의붓아들이 숨진 당일인 지난 3월 2일 거주하던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린이들을 위한 바자회를 개최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는 새벽 0시 5분경 “아파트에 영유아나 학생 자녀를 둔 분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열었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솜사탕 이벤트와 바자회를 열었으면 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경찰은 이런 고 씨의 행적이 A군의 죽음과 연관성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A(4)군의 몸에서 심폐소생술(CPR)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의문사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앞서 고씨의 현 남편인 B(37)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숨졌을 당시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주 상당경찰서는 A군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심폐소생술의 흔적이 없었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통상 심폐소생술을 하면 강한 흉부 압박으로 인해 피하출혈이 일어나고 갈비뼈가 손상되기도 하지만 입 주변에 소량의 혈흔이 발견됐을 뿐 갈비뼈 골절이나 강한 흉부압박 흔적은 부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소아의 경우 뼈가 연하기 때문에 잘 부러지지 않는 경우가 있고 성인보다 약한 강도로 흉부를 압박하기 때문에 B씨가 CPR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력 10년의 소방관이라고 밝힌 B씨는 3월 2일 오전 10시경 아들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경찰 초동 수사가 나에게만 집중돼 이해가 안 됐다”며 “고유정이 아들을 죽인 정황이 있다”고 제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지난달 A군에 대한 국과수 부검에서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A군의 몸에서는 외상이나 장기 손상도 없었고, 약물이나 독극물도 발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