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 뒤면 여러분이 주문한 음식을 자율주행 배달로봇에게 건네받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윤현준(사진) 우아한형제들 미래사업부문 부사장은 18일 “현재 로봇개발업체들과 함께 만든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시험 테스트 중”이라며 “빠르면 내후년쯤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1위 배달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과 자체 배달서비스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고 있다. 윤 부사장이 총괄하는 미래사업부문은 배달로봇을 비롯해 우아한형제들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윤 부사장은 이날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아한형제들이 추진 중인 미래 신사업에 대한 계획을 거침없이 밝혔다. 최고개발책임자(CTO)와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지낸 그는 김봉진 대표와 함께 우아한형제들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고객이 주문한 음식이 안전하게 배송되고, 음식점은 조리에만 신경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리의 궁극적 목표”라며 “최근 서울 잠실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실시한 로봇 테스트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이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 ‘딜리’는 기존 배달기사가 아파트 단지나 대학 캠퍼스 입구까지 음식을 배송하면 이를 건네받은 뒤 단지 내 도로를 달려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전달하는 방식이다. 로봇이 상용화되면 배달 오토바이들이 단지 내 도로를 휘젓고 다닌다는 주민 민원을 해결할뿐더러 배달기사들이 고층건물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불편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스마트 딜리버리 시스템’이 구축되면 음식 외에 세탁물이나 간단한 약품도 신속배달이 가능해질 수 있게 된다. 다만 윤 부사장은 “로봇이 인도와 차도 중 어디로 다니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다”며 보다 실질적인 입법논의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올 하반기 식당 내 서빙로봇도 선보일 계획이다. 윤 부사장은 “본사 뒤편에 위탁운영 형태로 레스토랑을 열어 고객이 QR코드로 주문 결제하면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주는 등 로봇을 활용한 기술적 테스트를 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소량의 가공식품이나 생필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인 ‘배민마켓’도 본격 확대한다. 윤 부사장은 “현재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 운영 중인 배민마켓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기존 오프라인에 없던 솔루션이 생기면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유통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달음식시장이 이제 포화상태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윤 부사장은 여전히 추가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낙관했다. 그는 “1인 가구 증가와 ‘밀레니얼세대’의 등장으로 배달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배달 인프라와 일회용 포장재 기술도 날로 발전되고 있다”며 “특히 지난 10년간 배달앱이 많이 활성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체 배달음식시장의 20% 정도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전망했다. 최근 이커머스업체 쿠팡이 음식배달시장에 뛰어든 것에 대해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쟁자가 없던 때가 없었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시장을 활성화하고 우리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면서도 “다만 쿠팡이 공정한 방법을 사용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꼬집었다.
카풀과 ‘타다’ 등 신기술 도입에 따른 기존 산업과의 사회적 갈등은 우아한형제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만 혁신서비스라고 주장하지 말고 기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변화하는 생태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