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최저임금위원회의 전열 정비 후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실질적 첫 전원회의부터 5시간에 걸쳐 치열하게 부딪혔다. 노사 양측은 19일 전원회의부터 수차례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치열하게 토론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회의로 넘겼다. 앞으로 최저임금 심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절차를 진행했다. 위원회는 실무진이 준비한 임금 수준 및 적정 생계비 자료와 지난주 열린 공청회 및 현장방문 결과를 논의한 후 심의를 시작했지만 첫 안건이었던 ‘최저임금 결정단위’부터 노사 간 의견이 갈렸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급 단위로 결정하되 월 환산 금액을 병기하고 있는데 사용자위원들이 월 환산 금액을 삭제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경영계에서 최저임금의 월 단위 표기가 다원화된 고용형태를 반영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문제 제기했다”며 “노동계는 월 환산 금액을 병기하기로 처음 결정한 지난 2015년의 합의 정신과 내용을 존중하자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나머지 안건인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여부와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25일 같은 장소에서 회의를 속개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노사가 첫 회의에서부터 장시간 치열하게 논쟁한 만큼 앞으로의 논의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5일 회의에서 노사가 최저임금 최초안도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노사 양측은 앞서 모두발언에서도 공방을 벌였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동결론을 꺼냈고, 근로자위원들은 이에 반박하며 박 위원장의 지난 기자회견 발언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여기에 전날 경찰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한 게 최저임금 심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 신청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느라 이날 회의에 나오지 못했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 여부가 최저임금 심의를 굉장히 어렵게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1일 오전10시30분 서울남부지법에서 김선일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이 2년간 30% 가까이 과도하게 인상됐음에도 최대한 감내하고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하지만 더 이상은 최저임금의 인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동결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2017년 대선 당시 모든 후보가 공약한 ‘사회적 약속’”이라며 “동결 등 속도조절론도 1만원을 실현한 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위원들은 또 박 위원장의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다소 빨랐던 데는 사회적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이해한다”는 발언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