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인도로 가는 무역전쟁…美, 비자제한 압박

전문직 취업비자 발급 상한

年 10~15%로 축소 방안 검토

印 보복관세·빅데이터 규제 등

자국업체 피해에 맞대응 카드

175조 印 IT산업 타격 입지만

MS 등도 외국인 인력 의존 커

美 IT업계에도 '후폭풍' 우려




중국에 이어 최근 인도로 무역전쟁의 전선을 넓힐 조짐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인도 전문직에 대한 비자발급 제한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본격적인 압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對)인도 무역적자가 지난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인도가 중국·멕시코에 이은 다음 무역전쟁의 표적이 될 것이라던 시장의 경고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최근 인도에 대한 개발도상국 특혜관세 적용을 중단한 데 이어 인도 국적자에 대한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한 해에 발급하는 약 8만5,000건의 H-1B 비자 중 70%가량을 차지하는 인도 국적자의 비중을 전체 발급 건수의 10∼15%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조처가 현실화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산업은 1,500억달러(약 175조원) 규모의 인도 정보기술(IT) 업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타타컨설턴시서비스 등 인도 IT 서비스 업체들은 이 비자를 통해 전문인력을 최대 시장인 미국 내 고객사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영업해왔다. 인도가 546억달러 규모의 대미 서비스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것도 이들 IT 기업 덕분이다.

다만 인도 전문직을 상당수 고용하고 있는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 역시 상당한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IT 서비스 업체인 코그니전트를 비롯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은 H-1B 비자를 받은 외국인 인력을 가장 많이 고용한 미국 회사들이다. 정보분석 업체인 스트랫포의 레바 구존 부회장은 “미중 무역전쟁에 시달리는 미국 기술기업들에 또 한 차례의 잠재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의 비자 제한은 인도 정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검색 엔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수집된 개인 데이터를 인도 내에만 저장할 수 있도록 한 ‘데이터 현지화 정책’ 추진과도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미 IT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비자 제한 계획은 데이터 현지화를 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H-1B 비자 발급 건수를) 기존 한도의 약 15%로 제한한다는 것”이라며 인도 외에 여타 국가에도 유사한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 삼아 데이터를 보관하는 서버의 국내 설치를 의무화하려는 국가가 늘면서 자국 인터넷 업체 등이 피해를 보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자 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오는 24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인도 방문을 앞두고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비자발급 제한 문제를 끄집어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인도 정부는 미국의 H-1B 비자발급 제한이 현실화할 경우 자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경고는 미국과 인도가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빚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지난해 초 인도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긴 데 이어 이달 5일부터는 무역장벽 등을 이유로 개발도상국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중단했다. 인도는 1970년대에 미국이 도입한 GSP의 120여개 대상국 가운데 최대 수혜국으로 꼽혀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공정하고 합당한 시장접근을 제공하겠다고 미국에 확신시켜주지 못했다”며 적용 중단을 결정했다.

인도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16일 아몬드·사과·호두 등 미국산 28개 품목의 관세를 인상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인도 간 무역전쟁이 인도에 더 큰 손해라고 보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330억달러어치의 미국 상품을 수입하고 540억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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