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이사회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을 여름철에 한시적으로 확대 적용해 전기료를 할인하려는 정부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개편으로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전할 방법이 제시되지 않으면 배임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만족할 만한 손실 보전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누진제 개편안을 의결하지 않겠다는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한전은 21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안건을 상정했지만 이사진 간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의결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이사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전기요금 누진제 관련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의결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까운 시일 내 추가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다”면서도 다음 이사회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사회는 이날 정부의 누진제 개편안을 반영한 전기요금 공급 약관 개정안을 논의 후 의결할 예정이었다.
정부가 개정안에 따른 한전의 손실을 일부 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일부 이사진의 반발이 거세 의결을 보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사진은 회의에 앞서 개편안 의결 시 배임 여부에 대한 로펌의 법률 해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펌은 한전에 “정부가 예산을 확실히 지원해줄지, 한다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밝혀줘야 배임 여부를 확정할 수 있다”며 정부의 구속력 있는 지원 없이는 배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