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 만들기, 메이크업, 핸드드립 커피 만들기, K팝 댄스 강좌…
한 번쯤 해보고 싶었지만 어디서 배워야 할지 몰랐던 독특한 강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원데이 클래스’인데요. ‘소확행’, ‘워라밸’을 중시하는 2030 세대의 니즈를 충족하고자 하루에도 수 많은 강의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원데이 클래스란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내용을 하루 만에 배울 수 있는 강의를 말합니다. 그저 앉아서 수업만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결과물까지 만들어 내는 알찬 내용으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원데이 클래스’를 검색하면 약 220만 개가 넘는 엄청난 수의 게시글이 게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열풍 수준의 인기를 방증하는 결과입니다. 어느새 우리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원데이 클래스의 인기는 어느 정도이고, 이유는 무엇일까요?
■“퇴근 후와 주말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원데이 클래스에 꽂힌 2030
5년 차 직장인 이모(28)씨는 지난해부터 퇴근 후 삶이 조금 바빠졌습니다. 일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취미 때문인데요. 매주 다른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 들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이 씨는 “꽃꽂이, 향초 만들기 등 클래스를 들어봤는데 모두 재밌고 만족스러웠다”며 “특히 마카롱 만들기 수업에서 만든 마카롱을 남자친구에게 선물했더니 매우 좋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보통 퇴근 후 집에서만 있었는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뿌듯하다”고 전했습니다.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원데이 클래스를 이직을 위한 공부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직 준비를 하다가 원데이 클래스를 알게 된 최 씨는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하다 보니 원데이 클래스가 도움이 된다”며 “프리미어, 포토샵처럼 기초가 필요한 수업을 원데이 클래스로 수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시간을 많이 내지 않고 원하는 내용의 수업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인뿐 아니라 20대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원데이 클래스는 인기입니다. 대학생 김모(20) 씨는 강의가 끝나는 저녁 시간과 방학 때 K팝 댄스, 메이크업 강좌를 들었는데요. 한 달 단위로 진행돼 비싼 학원비를 내지 않고, 평소 관심 있던 분야를 체험해본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취미를 만들기 위해, 혹은 자기개발을 위해 원데이 클래스를 활용하고 있었는데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17년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원데이 클래스’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데이 클래스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높은 편으로 나타났습니다. 원데이클래스에 참여하는 것은 나를 위한 투자라고 응답한 사람이 83.3%, 원데이클래스가 활성화되면 취미활동의 확장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86.7%에 달했습니다. 응답자들은 향후 원데이클래스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려 77.3%가 동의했습니다.
원데이 클래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플랫폼도 등장했습니다. 플랫폼 ‘솜씨당’은 관심 지역을 기반으로 원데이 클래스와 공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또한 ‘탈잉’은 강의를 진행하는 튜터의 재능을 중심으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프립’의 경우 스포츠, 음악 등 자신의 관심 분야 카테고리를 통해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하는 플랫폼입니다.
■인기요인은 ‘오늘’의 ‘자신’에게 투자하는 생활 패턴
최근 원데이 클래스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요즘 세대는 퇴근 후 시간에 나를 위해 투자하며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며 소비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말 그대로 워라밸과 가심비 중심의 생활 패턴이 원데이 클래스에 대한 수요와 인기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원데이 클래스가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보통 하루 안에 수강 일정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딱히 개인 스케줄을 조정하지 않아도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정기적으로 다녀야 하는 학원과는 다른 점이지요. 시간, 일 단위로 수강료를 지불하는 점도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어 새로운 수업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줍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17년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원데이 클래스 장점으로 배우는 데 있어서 시간에 대한 부담이 덜하며(41%, 중복응답), 저렴한 가격으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39%)는 점을 꼽았습니다.
개인 맞춤형 수업이 가능한 점도 원데이 클래스의 빼놓을 수 없는 인기요인입니다. 셀프 속눈썹 연장 기술, 영어 아나운서에게 영어 배우기 등 개인이 원하는 흥미로운 주제를 원데이 클래스로 수강할 수 있는데요. 강사와 수강생의 협의를 통해 시간·장소 조율이 비교적 자유롭고 1대 1 수업, 그룹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은 원데이 클래스만의 강점입니다.
■브랜드 프로모션으로 부상한 ‘원데이 클래스’
지금까지 기업의 원데이 클래스는 대부분 스타벅스 등 커피 브랜드에서 로스팅 클래스를 진행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특정 주제로만 진행됐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죠. 하지만 이제 원데이 클래스는 유행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원데이 클래스에 관심을 보이자 브랜드 프로모션 방안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활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대표적으로 요거프레소는 최근 식음료업계를 강타한 ‘흑당’의 인기에 힘입어 ‘흑당 버블티 시리즈’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했습니다. 요거프레소 관계자는 “원데이 클래스를 실시한 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고객들이 대부분 ‘만족한다’고 답했다”며 “고객들이 직접 체험을 함으로써 요거프레소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는 편이다”고 평가했습니다.
의류 브랜드 리바이스 역시 원데이 커스텀 클래스를 내세워 브랜드 홍보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백화점 문화센터와 각종 공방들도 1일 수업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의 6~8월 문화센터 수강생 통계에 따르면 20대가 12.5%, 30대가 49.5%, 40대가 15.3%로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백화점 문화센터 이용층이 2030 세대까지 확장된 것입니다.
마케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며 브랜드도 홍보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는 만큼 산업계에서도 원데이 클래스의 영향력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금 색다른 삶의 재미를 찾고 있다면 주변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한번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민주 인턴기자 min07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