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와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로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이 지난해보다 6% 가까이 줄어들고 경제성장률도 정부 목표치에 못 미치는 2.4%에 머물 것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24일 산업연구원은 ‘2019년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에서 올 한 해 우리나라의 수출은 수출 단가 하락과 반도체 수출 감소,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5.9%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의 예상대로라면 지난 2017년 15.8%, 2018년 5.5%로 둔화되던 수출 증가율은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이다.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 6,049억달러에서 5,692억달러로 떨어지며 다시 5,000억달러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은 수출 감소를 반영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4%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산업연이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6%)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기획재정부 목표치(2.6~2.7%)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산업연의 한 관계자는 “수출 감소에 투자부진까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말했다.
수출 감소의 진원지는 우리 산업을 이끌어온 정보기술(IT)산업과 소재산업이다.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단가가 하반기에도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1.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디스플레이(-7.4%)와 가전(-10.9%), 정보통신기기(-7.0%) 등 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끌던 산업들도 부진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임자 산업연 연구위원은 “13대 주력산업의 하반기 수출은 글로벌 성장세 둔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보호무역주의 강화, 반도체 가격 및 수출단가 약세 지속 등으로 감소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IT 산업군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단가 하락이 이어지며 하반기 수출이 15.7%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수입은 지난해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경기둔화와 반도체 수출 부진 등에 따른 설비투자 감소 탓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수입 감소폭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게 산업연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697억달러)의 60% 수준인 421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봤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