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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라운지] "또 '손님' 들어왔네"...불안한 스팩 열풍

원금보전이 유일한 장점 불구

상장후 고공행진에 투자자 몰려

"10억이상 쩐주들이 과열 조장

증시 시원찮으니 장난 소문도"




최근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투자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만은 않다. 장점에 비해 돈이 지나치게 몰린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쩐(錢)주’가 차익을 노리고 스팩을 통한 불공정거래에 나섰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 정도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요즘 스팩 투자자들 사이에서 스팩의 배후에 속칭 ‘세력’이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퇴직 후 전업 공모주 투자를 하는 A씨는 “10억원 이상 자금을 가진 몇몇이 모의해 주가를 높이거나 청약 경쟁률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과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손님’이라고 부른다. A씨는 “스팩 종목의 주가가 이유 없이 폭등하면 ‘또 손님이 들어왔다’하고 서로서로 알려주기도 한다”며 “괜히 청약에 달려들었다, 또는 청약 경쟁률만 보고 주식을 매수하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스팩의 공모가는 2,000원으로 동일한데 따라서 총 공모 규모가 많아야 100억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투기 세력이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이 적은 사실을 악용하기 적당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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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기업 또는 코넥스 상장사와 합병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스팩은 주식시장에서 원금 보전이 가능한 유일한 투자처다. 3년 내 합병이 불발되더라도 원금에 3년 치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 원금 보전이 사실상 유일한 장점인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열풍은 지나치다는 게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실제 올해 3~5월 사이 청약을 진행한 유안타제4호·케이비17호·하이4호·한화에스비아이 등의 청약 경쟁률은 2대1을 넘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유진4호는 300대1, DB금융7호는 269대1을 넘기며 ‘스팩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한 제5호스팩은 사상 최고인 654.5대1을 찍었다. 상장 후 상승률도 한화에스비아이가 110%, 신한5호 83.75% 등 투자자를 유혹할 만하다. 또 다른 투자자는 “증시가 시원찮으니 이런 데서 ‘장난’을 치는 세력이 나온 것은 아닌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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