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모든 자원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해역)에 해당하는 공해에서 한국 어선과 충돌해 기름을 유출, 바다를 오염시킨 중국 대형화물선 선주와 선장 등이 국내 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해양환경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콩 소재 선박회사 R사와 중국 국적 화물선 선장·항해사·조타수 등 4명의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R사 소유의 대형화물선 ‘인스피레이션 레이크’호는 2017년 1월 중국 태창항을 떠나 러시아 보스토니치항으로 향하던 중 경북 포항 공해상에서 표류하던 우리 어선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어선에 적재돼 있던 선박용 경유 1,000ℓ, 윤할유 120ℓ, 폐기물인 나일론로프 2,600kg 등이 해상에 유출됐다.
재판에서는 공해상에서 사고를 낸 중국 국적 선원들과 선박회사를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R사 등은 국제연합(UN) 협약에 따라 공해상에서 발생한 사고는 우리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UN해양법협약에 따르면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선박으로부터의 오염 방지를 위한 연안국의 법령 집행권이 인정되고 우리나라는 이에 근거해 해양환경관리법 상 처벌규정을 뒀다”며 피고인들에게 각각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