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독자적으로 조성한 2,200억원 규모의 ‘KB글로벌플랫폼펀드’를 활용해 동남아시아·인도 등 해외 핀테크와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초기기업) 투자에 나선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벤처캐피털 자회사인 K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다음달 초 동남아와 인도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조만간 (해외) 스타트업들과 투자계약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대상이나 금액 등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KB금융은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핀테크·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유망한 해외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윤종규(사진) KB금융 회장은 그룹의 글로벌 투자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현지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 스타트업 투자에 주력해왔다. 이를 위해 2,200억원 규모의 ‘KB글로벌플랫폼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외부 투자자 없이 KB금융 그룹 계열사인 은행과 카드·캐피탈·손해보험 등이 출자해 조성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외부 기관을 끌어들이지 않고 투자금 전체를 그룹 계열사 자금으로 마련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사업에 거는 윤 회장의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KB금융은 해외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글로벌 투자 역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현지 영업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골드만삭스처럼 신(新)성장 분야 투자를 강화해 대출영업 위주의 체질을 확 바꾸겠다는 것이다. KB금융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그룹의 글로벌 투자금융 사업을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이 펀드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향후 계열사들이 신남방 지역에서 현지 영업을 본격화할 때 투자한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손쉽게 비대면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규제상 펀드 전액을 해외에 투자할 수 없어 투자금의 40%는 국내 스타트업에 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해외 투자 종착지가 미국 실리콘밸리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B금융이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려면 미국 시장에서 입지가 커져야 한다는 것이 윤 회장의 판단이다. 실제 그는 올해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브리지포럼에 참석해 유망한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났으며 투자할 만한 곳이 있는지 직접 물색하기도 했다. 금융권은 KB금융의 이 같은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 스타트업 투자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KB금융에 앞서 대규모 해외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곳은 미래에셋이 유일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윤 회장의 과감한 베팅이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