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57년에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예측이 나왔지만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재정추계의 목적은 제도 개선을 위한 참고용이거든요. 이제는 노후빈곤 해결을 위해 캐나다처럼 국민연금도 더 많이 받기 위해 보험료도 더 내는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져야 합니다.”
김성주(55·사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전주 혁신도시 내 공단 이사장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특위에서 노사가 합의하고 이르면 연내 입법까지 완료되기를 소망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19대 국회 4년간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할 때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자 차제에 국민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국민연금 강화를 역설했었다.
김 이사장은 ‘캐나다를 국민연금의 롤모델 중 하나로 꼽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기존 연금개혁은 저출산·고령화에 맞춰 받는 금액은 낮추고 내는 보험료는 올리는 방식이었는데 캐나다는 역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노후 보장과 재정 건전성을 모두 강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5월 캐나다와 미국 등의 선진 연기금을 찾아 연금운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바 있다. 캐나다는 2016년 자유당 정부가 국민연금인 CPP(Canada Pension Plan)의 소득대체율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25%에서 33.3%로 올리기 위해 보험료율도 9.9%에서 11.9%로 인상하기로 타협을 끌어낸 바 있다. 우리 국민연금처럼 직장에서 노동자와 사용자가 보험료를 반반씩 내는 시스템이라 당시 기업의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찬성 여론이 높아 성공할 수 있었다.
캐나다는 CPP 외에도 우리 기초연금처럼 세금으로 65세 이상에게 노인연금인 OAS(Old Age Security)를 월 60만원가량 지급하는데 CPP와 OAS를 합쳐 실질소득대체율을 40% 안팎으로 유지한다. 평생 일을 하며 번 평균소득이 100만원이라면 40만원을 받는 것이다. 다만 기초연금은 소득과 자산을 따져 하위 70%까지만 지급하는 데 비해 OAS는 모두에게 지급한다.
김 이사장은 “과거 연금개혁 때는 더 내고 덜 받으라고 해 국민의 불신이 생겼다. 저도 의원 시절 국민연금을 용돈연금이라 자해적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반성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정부가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지속가능성도 높이는 개혁안을 제시했고, 그게 바로 3안과 4안”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지난해 8월 제시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쳐 월 100만원가량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개편안에서 3안은 보험료율을 12%로 높이되 소득대체율은 현행대로 45%를 유지하고, 4안은 보험료율을 13%까지 높여 소득대체율을 50%로 끌어올리는 구조다.
현재 국민연금은 9%의 보험료 중 직장인이 4.5%를 내면 기업이 4.5%를 지원하는 구조로 평균소득자 기준 1.8배를 돌려받게 설계돼 있는데 40년 가입 시 소득대체율이 45%선에서 2028년 40%까지 낮아지게 돼 있다. 보험료율은 지난 20년간 9%에 묶여 있는데 독일(18.7%)과 일본(17.8%)은 우리의 갑절 수준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경사노위 연금특위에서 개혁안이 논의되다 공전돼 안타깝다”고 피력했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2057년 국민연금 고갈 전망과 관련,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하는 것은 지속가능하도록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족집게 점쟁이처럼 그렇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는 지난해 8월 저출산과 인구고령화, 경제성장률 둔화를 들며 2013년 3차 추계 당시 예측했던 국민연금 적자전환(2044년)과 고갈시점(2060년)을 각각 2년과 3년 앞당긴 바 있다.
그는 “국민연금은 확정급여형(DB)이라 수익률이 올라간다고 더 받는 것은 아니지만 기금 소진 시기를 늦출 수 있어 수익률 제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부족한 노후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올려 연금을 더 받게 되면 기금이 더 빨리 소진돼 다음 세대를 위한 사회적 연대 차원에서 보험료 조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4월 말 기준 적립금이 690조원인 국민연금은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 7.26%(41조원), 2018년 -0.9%(-5조9,000억원), 올해 4월 말 기준 6.81%(43조원)로 4월까지 총 78조원의 수익을 냈다. 그는 지난해 마이너스도 다른 나라의 주요 연기금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며 표를 보여줬다. 일부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2017년 초)에 따른 일부 운용역의 이탈 등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내 곁에 국민연금’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주며 각종 국민연금 정보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기금 운용수익률은 채권, 주식, 대체투자(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의 비중 조정에 따라 좌우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기금운용 원칙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수익률을 높이려면 현재 50%인 채권을 줄이고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5월 말 5년 단위로 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을 보면 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를 통과할 경우 2024년 말 주식 45%, 채권 40%, 대체투자 15%로 조정이 이뤄지고, 국내외 투자 비중은 절반씩 이뤄진다. 그는 “현재 다른 나라 연금은 채권비중이 이보다 더 낮아 북미는 20~30%, 유럽은 35%가량”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 정년연장 이슈와 관련, “일본처럼 정년을 65세로 늘리고 노인연령은 70세로 하게 되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어나 연금수령액이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은 2013년부터 60세 이후 임금이 삭감되는 계약사원 형태 위주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한 데 이어 현재 70세까지 추가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의 반발이 상당했지만 경기 상승기를 맞은데다 고용 형태에 관해 기업에 재량권을 줘 합의가 이뤄졌고 후생연금의 건전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만 좋고 청년층 취업에는 악영향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그는 “정년연장은 임금과 근로시간을 조정해 재취업하는 형태로 논의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더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연금액도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5년마다 보험료를 인상하고 지급 시기를 늦춘다면 국민들이 ‘못 믿겠다’고 할 것”이라며 “조세재정기반 확충을 전제로 기초연금을 30만원에서 점차 더 올려 지급하고 대상도 하위 70%가 아닌 모두에게 다 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노후 필요자금을 1인당 100만원 정도로 잡고 있으나 현재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52만원(평균 가입기간 16년)에 그쳐 기초연금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충당하려고 해도 가입비율이 전체 근로자의 20%선이고 수익률도 1%대에 불과해 사적연금 활성화에 앞서 국민연금 소득보장 강화와 기초연금 확대, 퇴직연금 내실화 등 공적연금 강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정리=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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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전주 △1988년 서울대 국사학 학사 △2006~2012년 전북도의원 △2012~2016년 제19대 국회의원(전주 덕진구, 국회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 △2013~2014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 △2015년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 국민대타협기구 위원 △2015년 국회 공적연금강화와 노후빈곤해소를 위한 특위 야당 간사 △2015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 △2015~2016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2017년 민주연구원 부원장,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 전문위원 단장 △2017년 11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