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비온 뒤 땅 굳는다"…CEO 3인 위기경영 선언

김기남·고동진·김현석 부문장

반도체·디스플레이 실적 악화 등

대내외 위기 직면 상황 직접 언급

임직원에 성장모멘텀 확보 등 강조

0215A12 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가 위기 경영을 현실화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 이어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 감소 등은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CEO들은 임직원들의 역량 결집을 강조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CEO 3명은 공동명의로 된 하반기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전달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김현석 CE부문장 사장, 고동진 IM부문장 사장은 이날 사내망을 통해 “지난해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현재 각 부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의 실적 악화,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심화 등으로 대내외 위기에 직면한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다만 이들은 “우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이 있다”며 임직원들에게 △기술·제품·제조 등 기본에 충실해 업계 최고의 차별화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것 △미래핵심기술에 대한 연구·투자를 가속화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조기 확보할 것 △시장과 고객대응에 소홀함이 없는지 각자 위치에서 겸허한 자세로 점검할 것 등을 당부했다. 특히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초일류 기업들은 위기를 도전정신과 혁신으로 극복한다”면서 “삼성의 위기극복 DNA를 바탕으로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2·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6조원에 겨우 턱걸이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지난 1·4분기 6조2,3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또다시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2분기 연속 10조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2017년 1·4분기 이후 처음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삼성의 영업이익이 5조2,98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보는 증권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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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급락한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Gb D램 제품의 6월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3.31달러로 전달 대비 11.73% 하락했다. 지난달 4달러선이던 가격이 3달러 초반대까지 또 한 번 무너진 것이다. 지난해 말 개당 7.25달러에서 반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낸드플래시 범용제품 128Gb MLC는 전달과 같은 3.93달러에 거래되며 하락을 멈췄지만 가격이 2016년 9월(3.75달러) 이후 최저치인 것은 여전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낸드 사업부의 2·4분기 적자 가능성을 거론하는 상황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반도체 가격이 하반기에는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상저하고’를 기대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클라우드·그래픽·PC를 중심으로 주문 회복에 대한 사인이 보이고 있다는 마이크론의 주장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하반기 회복 신호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투자가들이 100% 동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과 화웨이에 대한 제재 등 대외 환경은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삼성전자 계열사들 사이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검찰 수사로 사실상 붕괴된 점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최근 삼성전자 각 사업 부문의 경영진과 다섯 차례나 간담회를 여는 등 비상 경영에 나선 상황이다. 이 부회장 역시 임직원들에게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라” “어떤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하라” 등의 주문을 한 바 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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