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첫 유로 표시 채권 발행에 나선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사우디가 8년·20년 만기의 유로 표시 채권을 발행하기로 하고 골드만삭스·소시에테제너럴 등 주요 은행과 함께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투자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가 유로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는 그동안 사우디 통화인 리얄과 미국 달러 표시 채권만 발행해왔다.
사우디가 올해 국제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올 1월 75억달러 어치를 발행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캬슈끄지의 살해 배후에 사우디 왕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지난해 사우디는 평판도 추락으로 해외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채권 발행의 구체적인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사우디가 처음으로 유로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주요 수입원인 유가 추락으로 재정난을 겪는 상황에서 투자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 유럽 투자자들과 접촉을 늘리고 카슈끄지 피살 이후 악화된 유럽과의 관계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유로 시장에 진입하면 사우디 왕가가 어떤 상황에서도 다양한 투자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WSJ는 이번 계획에 자국 기업들이 유로로 자금을 조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벤치마크(기준)을 제공하려는 이유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유가 폭락으로 수년 전부터 국제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3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700억 달러에 가까운 글로벌 채권을 팔아 이머징 시장에서 가장 큰 채권 발행국 대열에 합류했다. 한때 배럴당 50달러까지 밑돌았던 유가가 최근 70달러 안팎으로 회복됐지만 올해 사우디가 2,934억달러(342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 발행을 이어왔다.
사우디는 올해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총 314억7,000만달러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 국영 정유회사인 아람코는 지난 4월 회사채를 발행해 12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