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신남방서치] 아세안 인프라 시장 中·日에 뺏기지 않으려면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상생·인적교류로 차별화된 협력체계 구축해야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자카르타 시내를 통과하는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 설치된 철근 구조물에 매달려 작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2006년부터 2030년까지 교통 인프라 누적 투자 필요액은 약 7,710억달러에 이른다. /EPA연합뉴스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자카르타 시내를 통과하는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 설치된 철근 구조물에 매달려 작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2006년부터 2030년까지 교통 인프라 누적 투자 필요액은 약 7,710억달러에 이른다. /EPA연합뉴스



이니셔티브Ⅲ·아세안 마스터플랜 등

아세안 인프라 시장 폭발적 성장


中·日 적극 참여로 韓 입지 위축

올 수주액 32억弗...전년比 반토막

‘일대일로’ 유연성 보인 日 벤치마킹

中·日과 경제분야 선택적 협력 통해

신남방정책 조력자 범위 대폭 확대를

0315A37 ASEAN 주요국 인프라 투자 필요액0315A37 ASEAN 주요국 인프라 투자 필요액


신남방정책은 인도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핵심 협력 대상으로 꼽고 교역 및 투자, 인적교류 차원에서 아세안 회원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 다변화 대상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 등도 아세안 지역과의 협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업 부문에 투자를 늘리면서 역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남방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중국·일본 등 경쟁국과 차별화 또는 협력할 수 있는 미래 협력 분야를 아세안과 함께 발굴하고 실천 가능한 추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래 협력 분야의 하나로 인프라 부문 개발을 꼽을 수 있다. 아세안 회원국은 현재의 인프라 수준이 경제성장을 지탱하는 데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업 비중의 빠른 증가가 이를 방증한다. 역내 개발격차를 축소하지 못한다면 경제통합을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없다는 인식에도 공감하고 있다. 개발격차 축소를 위해 추진 중인 아세안 통합작업계획 ‘이니셔티브Ⅲ’은 도로·항만·철도·전력 등 인프라 건설을 포함하는 물리적 연계성 개선 사업을 강조한다. 또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아세안 연계성 마스터플랜’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한국 건설기업의 아세안 인프라 시장 참여 확대는 두 지역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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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도 아세안 인프라 시장의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아세안 인프라 장관회의를 처음 개최해 지속 가능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과 역내 연계성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사를 교환했다. 같은 해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세안 도시 내 삶의 질 개선, 스마트시티 네트워크 등을 통한 도시화 및 스마트시티 부문의 협력 촉진 필요성을 재확인하면서 인프라 시장에 대한 참여 의지도 드러냈다. 그 결과 대아세안 인프라 수주액은 지난 2017년 63억달러에서 지난해 119억달러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2019년 상반기에는 아세안 지역으로부터의 수주액이 32억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54% 줄었다. 아세안 인프라 시장에서의 한국 기업의 활동이 최근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세안 인프라 시장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관심은 한국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올 4월 중국이 개최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논의하는 제2차 일대일로(BRI) 포럼에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했다. 일본은 미중 간 첨예한 긴장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사업에 조건부 협력에 나서고 있다. 아세안은 아니지만 신남방 지역에 속하는 스리랑카에서도 이미 일본과 중국이 협력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스리랑카는 중국 자본으로 콜롬보~캔디(Colombo-Kandy) 구간 1단계 도로건설 사업을 추진했고 2단계 사업을 일본 자본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중국과 일본의 인프라 사업 협력이 더 진전되기 전에 신남방 지역의 인프라 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의 이해도를 높이고 제반 지원정책을 정비하는 게 시급해졌다.

신남방 지역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정책의 방향성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과 아세안·인도 등이 호혜적인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협력 범위를 확대해 일본과 중국, 가능하다면 미국까지도 신남방정책의 조력자로 삼는 방안을 서둘러 고민해야 한다. 미일과 인도·호주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대립하는 신남방 지역에서 미·중·일·러를 조력자로 포섭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호한 대응보다는 신남방정책을 이들에게 설명하고 그 틀 안에서 생산적인 협력을 시도할 때다.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한국이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중국에 대응해 일본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일본은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견제할 목적으로 2016년부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며 미국·인도·호주 등과 협력해왔다. 하지만 2018년 10월 중국 견제와 안보 이슈에 집중한 기존 ‘전략’을 질적 인프라 사업과 인적교류 사업까지 포함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비전 (Free and Open Indo-Pacific Vision)’으로 대체했다. 안보 이슈에 함몰하기보다 경제와 안보 이슈를 분리,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중국의 해양 팽창 전략에 대응해 일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일본의 대중 전략에 대한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신남방정책의 비전을 재정비하고 한국도 상생번영과 인적교류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명확히 공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은 인적교류와 상생번영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비전’과 결을 같이하기 때문에 미국·호주 등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틀 안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선택적인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

곽성일 대외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곽성일 대외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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