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소재의 수출규제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주가 휘청이고 있고 비자발급 강화 검토까지 전해지면서 여행사와 저비용항공사(LCC)로 충격파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일본이 여러 가지의 보복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고되면서 증권가에서는 향후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84%, 3.22%씩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일본의 규제 소식이 전해진 후 3일 연속 하락했다. LG전자(-1.42%), LG디스플레이(-0.57%)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의 조치가 해당 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대를 위해 하반기부터 극자외선(EUV) 라인을 양산할 예정인데 EUV용 포토 레지스트를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확대를 눈앞에 둔 삼성 파운드리 부문의 영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일본의 조치가 비메모리 반도체에 미칠 영향을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외국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분석이 나왔다. 무디스는 이날 수출규제 대상 품목인 플루오드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에칭가스의 올해 1~5월 대일본 의존도가 각각 94%, 92%, 44%라는 점을 지적하며 자칫 한국 반도체 제조사가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봤다. 무디스는 “한국 기업들은 수출규제 대상 소재의 주 소비자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메모리칩과 디스플레이 패널의 핵심 공급자”라며 “이들이 생산에 지장을 받으면 글로벌 공급 체인과 일본 업체를 포함한 기술·전자 기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번 제재의 여파가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본 노선 매출의 비중이 높은 제주항공(-3.43%)을 비롯해 티웨이항공(-1.65%), 진에어(-0.48%) 등 LCC 종목은 이날 모두 미끄러졌다. 모두투어(-0.77%)와 하나투어(-0.5%) 역시 떨어졌다. 여행주는 가뜩이나 지난해 일본 태풍과 지진 여파로 일본인의 여행 수요가 감소하고 있던 터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인의 비자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바꿀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로 인해 양국 간 여행·관광 심리가 위축될지 모른다는 예측 때문이다. 휴가철 해외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홍준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유커 방문이 급감한 점을 고려하면 내국인의 일본여행 심리가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