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美, 징벌적 배상 1973년 도입...전체소송중 54% 달해

세계적으로 영업비밀 보호 강화 추세

호주 '악의성' 보고 배상범위 제한 안둬

도입 안한 캐나다·필리핀은 판례 준용




지난 2014년 미국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특허소송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당시 피츠버그 연방법원은 반도체 회로에 관한 특허소송에서 약 1조7,000억원이라는 배상액을 결정했다. 이렇듯 엄청난 규모의 배상금이 결정된 것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허권과 영업비밀을 고의로 침해할 경우 징벌적 손배제를 적용하는 제도를 1973년 도입했다. 헌법에 규정한 최초의 국가다. 호주(2006년)와 대만(2013년)을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제도 도입은 늦었다고 볼 수 있다.


4일 특허청에 따르면 캐나다와 필리핀은 특허법과 관련해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하지 않지만, 판례로 인정해 준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함께 5대 특허 강국으로 꼽히는 중국은 늦은 편이다. 최근 특허법 4차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제도 도입이 임박했다.

배상 범위를 놓고 보면 미국과 대만 역시 우리나라처럼 세 배 이내다. 대만은 우리처럼 특허침해의 고의성을 가린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과 호주의 경우 악의성을 따진다는 것이다. 호주의 경우 배상범위 제한이 없어 특허침해에 보다 엄격한 규정을 적용했다.

가장 먼저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제도가 안착단계로 평가된다. 다국적 회계 감사기업인 PwC가 발표한 특허소송연구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미국의 특허소송에서 54%가 징벌배상 판결이 있었다. 배상증액은 평균 2.1배를 적용했다. 단 최근 연구에서는 1.69배로 보다 낮아진 추세다.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한 대표 국가로는 역시 미국과 대만이 꼽힌다. 이미 주법으로 규정한 미국은 2016년 연방법인 영업비밀보호법으로 보다 강력한 법을 제정했다. 대만도 2014년 영업비밀법을 개정해 징벌배상이 가능해졌다. 단 미국은 고의적이거나 악의적인 영업비밀 침해의 경우 산정된 손해배상을 두 배 이내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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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배상제는 그동안 이중처벌 논란이 뒤따랐다. 우리나라도 이 논란 때문에 도입이 늦었다. 특허청은 이중처벌에 대해 “이중처벌금지원칙은 형사 처벌만 적용된다”며 “민사제재에 대한 증액배상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우리나라보다 징벌적 배상제를 먼저 도입한 미국도 1967년 이중처벌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이에 1977년 연방대법원은 이중처벌금지는 형사 처벌에만 적용하고, 징벌배상과 같은 민사절차는 배제하면서 한국처럼 이중처벌 논란을 정리했다.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한 국가는 공통적으로 이 제도가 국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2016년 백악관 주도로 제3차 지식재산집행 전략계획을 만들고 연방 영업비밀보호법을 제정했다. 같은 해 유럽연합도 회원국 전체를 규율하는 영업비밀 지침을 채택했다. 일본은 유출된 영업비밀을 통해 제조한 물품을 유통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규정 강화를 마쳤다.

영업비밀 벌금액은 미국과 중국·일본 모두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국내 유출 시 법인에 최대 50억원 규모의 벌금을 매긴다. 중국은 중대하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 벌금 한도를 최대 5억1,000만원으로 정했다. 미국의 처벌 강도가 가장 강하다. 위반 사건에 대해 최대 53억원의 벌금이나 영업비밀 가치의 세 배 가중보다 큰 금액으로 벌금을 책정한다.

우리나라의 징벌적 배상제는 이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미국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학계에서는 미국 특허법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이창훈 미국 특허변호사도 2016년 발표한 ‘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 판단 기준 및 사례와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서 “국내에서 특허 침해소송은 손해액 입증이 어렵고 손해배상액이 크지 않아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대기업의 무단 도용행위가 심각하다”며 “미국 특허법의 세 배 배상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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