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국 조선 견제 나선 중국·일본

日 "韓, WTO 보조금 규정 위반"

中, 자국 1·2위업체 합병 추진

현대重-대우조선 결합 견제

지난 3월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명명식을 가진 쇄빙 LNG선 네 척이 도크에 대기하고 있다./서울경제DB지난 3월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명명식을 가진 쇄빙 LNG선 네 척이 도크에 대기하고 있다./서울경제DB



일본과 중국이 세계 1위를 힘겹게 수성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 조선업을 ‘불공정 무역’으로 규정하며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으로 몰고 가고 있고 중국은 자국 내 업계 1·2위 업체의 합병을 추진하며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결합을 견제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를 일본과 중국에서 각각 승인받아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흐름이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산업은행 등의 대우조선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등을 불공정 무역(보조금 위반)으로 판단하고 WTO 분쟁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말 발간한 ‘2019년 불공정무역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WTO 분쟁 해결 절차 개시’ 부문에 새로 게재했다. 보고서에는 조선사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선수금반환보증(RG) 발급과 신규 선박 건조 지원 프로그램 등도 불공정 무역 사례로 담겼다.


일본이 한국 조선업을 WTO 보조금 금지 규정 위반으로 몰고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문제 삼아 WTO 분쟁조정절차를 개시했다. 이에 한일 간 협의가 진행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개시한 최근의 무역보고서에 이를 또 게재하며 문제 제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본 업계의 기류도 긍정적이지 않다. 가토 야스히코 일본 조선공협회장은 지난 4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는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과잉공급이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일본뿐 아니라 중국도 한국 조선업계의 ‘빅딜’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국 내 1위 업체인 중국선박중공(CSIC)과 2위 업체 중국선박공업(CSSC) 계열이 합병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두 기업 합병은 이전부터 추진돼온 계획이기는 하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는 두 기업의 합병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 결합에 영향을 받아 속도를 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매체 제몐(界面)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이 합치면서 전 세계 조선산업의 집중도가 한층 높아졌다”며 “국제 선두 경쟁을 위해 자원을 합치고 내적 낭비를 없애는 게 또 하나의 합병 추진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산업 재편을 준비하는 한국 조선업에 일본과 중국의 이 같은 견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의 2위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어깃장을 놓을 수 있어서다. 어려운 흐름 속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달 중 일본과 중국 경쟁 당국에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각 경쟁 당국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했다”며 “해당국의 심사 일정과 프로세스에 맞춰 충실히 설명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한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