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독립기념일 행사의 ‘정치화’ 논란에도 4일(현지시간) 성대한 축하 행사를 벌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은 행사장 주변에 ‘베이비 트럼프’ 풍선을 설치하고 ‘반(反) 트럼프’ 목소리를 높였다.
CNN과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5분부터 오후 2시까지 워싱턴DC의 내셔널 몰 인근에 있는 컨스티튜션 애비뉴 7번가에서 17번가까지 약 1마일 구간에서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마칭밴드와 군부대, 경찰, 오토바이 순찰대, 기마대, 각 주(州)에서 온 밴드 등이 행진에 참여했으며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시기의 전통 옷차림과 군인 복장을 비롯해 대형 풍선과 차량, 조각상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은 미국의 국기 상징색인 빨강, 하양, 파랑의 3색이 어우러진 깃발과 성조기 등을 흔들며 243번째 독립기념일을 자축했다.
‘미국에 대한 경례’로 이름 붙여진 트럼프 대통령의 링컨기념과 연설 행사는 오후 6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 시간에 공중에서 미군 전투기의 저공비행과 곡예비행이 이뤄지며 지상에서는 해병 의장대 ‘사일런트 드릴 팀’과 육군 군악대 ‘퍼싱스 오운’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VC-25 기종도 투입된다. 행사장 주변에는 군 주력 탱크인 에이브럼스 탱크 2대와 브래들리 장갑차 2대, 구난전차 1대가 전시됐다.
연설이 끝나면 미 의회 서편 잔디밭에서 1시간 30분 동안 그래미상 수상자인 캐럴 킹을 비롯한 유명 가수들과 국립교향악단의 공연이 펼쳐진다. 이어 9시 넘어 내셔널 몰 인근의 포토맥 강변에서는 불꽃놀이가 예정돼 있다. 올해 불꽃놀이는 약 35분간 진행될 예정이며 예년의 2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생일대의 쇼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가운데 민주당을 중심으로 독립기념일 행사를 대통령 자신을 위한 쇼로 변질시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간 독립기념일 행사는 당파성 없이 미국인의 축제로 치러져 왔고 현직 대통령이 연설에 나선 적은 거의 없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이날이 자신의 생일이 아니라 미국의 생일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CBS 방송은 전했다. 역시 대선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건 독재자들이 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미화하기 위해 행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사장 일대에는 ‘반트럼프’ 시위대의 상징적 소품인 ‘베이비 트럼프’ 대형 풍선이 등장했다. 이는 화난 아기 트럼프가 기저귀를 찬 형상이다. 반전단체인 ‘핑크 코드’를 비롯한 시위자들은 정오부터 내셔널 몰에 20피트 높이의 풍선을 설치했다. 오후 7시 30분까지 설치 허가가 내려졌다. 시위대 측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에 의한 독립기념일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위대는 연설 장소인 링컨기념관이 보이는 워싱턴 모뉴먼트 밑에 풍선을 띄우려 했지만, 주최 측은 이를 불허했다. 또 풍선을 다른 장소로 옮기거나 헬륨을 채울 수 없도록 해 지상에 묶을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