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 2·4분기에 예상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놓았다. 매출 15조6,301억원, 영업이익 6,522억원을 올려 매출은 4.1%(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4% 감소했다. 증권사 컨센서스는 영업이익 7,500억원 정도인데 이보다 1,000억원가량 빠진 수치다.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고 TV 등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올 하반기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등으로 실적 개선은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건조기·의류관리기·공기청정기 등 신(新)가전을 중심으로 생활가전의 영업이익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생활가전을 담당하고 있는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 솔루션) 사업본부의 매출이 역대 최고치인 지난 1·4분기를 넘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번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면 상반기 생활가전 매출은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5일 이런 내용의 지난 2·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15조6,301억원은 역대 2·4분기 매출로는 가장 많다. 기존 최대는 지난해 15조194억원이었다. 문제는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하면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7,710억원)보다 1,200억원가량 작다는 점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 악화가 부담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1·4분기 2,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낸 스마트폰 사업부는 이번 분기에는 이보다 적자 폭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와 미국 시장에서 개막된 5세대(5G) 이동통신에 마케팅 비용이 대거 투입된 데다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상태 등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예상된다. 올 1·4분기에 3,5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낸 TV 사업도 소폭 이익이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등에서의 판매는 여전히 순항하고 있음에도 신흥시장의 부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진 악화 등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반적인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생활가전의 성장세는 긍정적인 대목이다. 스타일러·공기청정기·건조기 등 신가전의 활약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서의 판매 호조를 기반으로 해외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어 내부적으로 기대감이 크다. 다만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7,276억원)을 올렸던 전 분기에는 다소 못 미쳤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문제는 3·4분기 등 하반기에 크게 기대할 만한 요인이 잘 안 보인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해지고 있고 국내 경제 상황은 더 좋지 않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신가전의 일본 시장 공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 가전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 모처럼 만에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정치에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다. 포화 상태의 스마트폰에서는 ‘반전 모멘텀’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화웨이의 부진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분석도 있지만 경기침체로 수요 창출 자체가 만만찮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스마트폰 수요 자체가 부진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 재계의 한 임원은 “전자 기업들의 실적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점점 많이 받고 있음이 2·4분기 실적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여 LG전자의 내부 위기감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