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역사적인 남북미 판문점 회동의 감동에 가려졌지만,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한미 정상의 합의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한 것이 그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인도·태평양전략을 사실상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대응 개념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최근 회담을 통해 무역전쟁의 포성은 멈췄지만, 이를 미중 패권전쟁의 불완전한 휴전이었다. 특히 대중 강경책에 대한 미국 내 초당적 지지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중국과의 전면전을 재개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미중 갈등이 고조될 때를 대비한 전략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 한미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따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사실상 대(對)중 봉쇄전략인 만큼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7일 일본 오사카 한중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위체계) 문제를 것을 고려하면 중국은 한국의 미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협조를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간 철통같은(ironclad) 동맹을 재확인했다’는 제목의 설명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에 문 대통령과 양국의 깨지지 않는 유대를 확인하고 양자관계를 더 확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강력한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린치핀(linchpin·핵심축)임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한국정부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협력 심화를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무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 심화’라는 소주제를 별도로 배정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좋은 통치와 투명성, 법치, 자주권, 법에 기반한 질서, 시장경제 원칙을 합동으로 증진키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보고 있다. 실제 국무부는 설명자료에서 “한미 정상이 메콩 지역 국가들의 자주권과 경제적 독립에 대한 약속도 되풀이했다”며 “미국은 열려 있고 믿을 수 있으며 안전한 인터넷을 도모하고 지역적 사이버보안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혀 아세안 지역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내용을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