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부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잠원동 붕괴사고와 관련해 건축업체 측도 위험 징후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정황이 경찰에 포착됐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4일 오후 2시께 건축주와 건축업체 관계자가 모인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건물이 흔들리는 징후가 있다는 얘기를 주고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화가 오간 시점은 건물이 붕괴 되기 20여 분 전이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대화방에는 철거업체 관계자나 현장소장은 없었다. 다만 건축업체 관계자가 현장을 드나들며 철거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화방에 사고 관련 중요한 사정이 있는 것 보고 있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들이 건물 붕괴 징후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적절한 안전조처를 실시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해당 건물은 6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을 짓기 위해 지난달 29일 철거공사를 시작해 이달 10일 완료 예정이었다. 당시 공사현장에는 철거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를 감시할 철거 감리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해당 건물 철거 심의에서 서초구는 철거 감리가 상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감리인인 정모(87)씨는 사고 당일에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 대신 친동생이 감리 보조인 자격으로 현장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씨 동생은 감리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감리 자격증이 없는 감리 보조인이 철거현장을 지키는 것이 적정한지 법리 검토에 나섰다. 정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현장에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오후 2시 23분께 철거 작업 중이던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이 붕괴하며 인접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덮쳤다. 이 사고로 매몰된 차에 타고 있던 예비신부 이모(29) 씨가 숨졌고 이씨와 결혼을 약속한 황모(31) 씨는 중상을 입었다. 다른 차에 타고 있던 60대 여성 2명도 경상을 입었다.
한편 소방당국 등은 지난 5일 건물 붕괴사고 현장을 합동감식했다. 관계당국은 철거작업 중 가설 지지대 또는 지상 1~2층 기둥과 보의 손상이 건물 붕괴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서초구는 건축법 제28조 등에 따라 건축주와 시공업체·감리자를 서울 서초경찰서에 일괄 고발했다. 서초구의 한 관계자는 “이번 붕괴사고의 원인이 공사업체의 현장 안전조치 미흡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현장소장과 인부 등 공사 관련자 9명을 조사했다”며 “앞으로 합동 감식 결과를 분석하고 추가 조사를 거쳐 사고 원인을 명백히 규명하는 등 수사를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