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신협 스토리

김윤식 신협중앙회장

김윤식 신임 한국협동조합협의회 회장



인간사에 드러나지 않은 일들은 부지기수다. 소수만 알면 ‘비하인드 스토리’가 된다. 시간이 흘러 굳어지면 ‘야사(野史)’가 된다. 특출난 이야기는 공인돼 ‘역사’가 된다. 옷감을 짜듯 정교하게 직조된 역사는 빈틈이 없어 보인다. 조금만 떨어져 생각하면 온 데가 구멍이다. 인간사의 진실을 인간이 규정하는 일은 그렇게 난센스다. 그렇다 해도 인간사는 인간이 규정해야 마땅하다. 상품으로 치면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장장 110년 만에 종지부를 찍은 ‘왕벚나무 원산지 논란’이 있다.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일본 왕벚나무와 제주 왕벚나무가 서로 다른 별개의 종(種)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우리 학자들은 제주의 자생 왕벚나무가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학자들은 일본 내에도 왕벚나무 자생지가 있었는데 사라졌을 뿐이라고 맞섰다.

여기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왕벚나무 최초 발견자 이야기다. 왕벚나무가 순수 한국 혈통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마당이라 더 눈길을 끈다. 제주 왕벚나무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프랑스인 에밀 타케 신부였다. 타케 신부는 1898년 24세에 격동기 조선에 들어왔다. 79세에 대구 남산동에 뼈를 묻었지만 그의 삶이 규명된 적은 없다.


최근에야 생태교육가 정홍규 신부가 ‘식물채집가 타케 스토리’를 들고 나왔다. 정 신부는 신간 ‘에밀 타케의 선물’에서 ‘1912년 제주도 왕벚나무를 전 세계 식물학계에 등재한 분이라고만 겨우 알려져 있지만 실은 타케 신부에게 조선은 또 하나의 조국이자 마지막 종착지였다’고 밝혔다. 학명에 ‘타케티(taquetii)’라고 이름 붙은 식물이 125종인데 모두 타케 신부가 최초로 발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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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첫 ‘로터리’ 칼럼 ‘워큐, 아큐’를 본 지인들이 물어왔다. “신협이 세계적인 국제금융이었느냐”고. 그러면서 덧붙였다. “깜짝 놀랐다”고. 애정 어린 관심에 일일이 고마움을 전했지만 그러고는 ‘아, 한참 멀었구나’라고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신협은 결코 자그마한 동네 은행이 아닌데. 170년 전 독일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민간금융협동조합인데. 유엔과 함께 전 세계 약자들 연대와 상생을 모색하는 공히 국제기구인데. 한국신협은 아시아 ‘유일’ 워큐(WOCCU) 이사국인데. 한국신협이 회장국인 아큐(ACCU)는 세계빈곤퇴치를 위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자문기구인데….’

아, 신협 비하인드 스토리와 야사는 흘러넘치고, 역사도 반듯한데 아는 이는 드물다. 언제쯤 신협 스토리가 우리 국민들에게 상식이 될까. 오늘도 그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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