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아리아 구해줘" 외치자...독거 노인 살린 AI

■SKT, 돌봄서비스 '누구' 사용패턴 분석

위급상황 판단해 바로 119 연락

화장실서 넘어진 할머니 구출

"심심해" "너는 기분 어떠니" 등

감성대화도 13% '일반인 3배'

서울 성동구에서 홀로 지내는 어르신이 SK텔레콤의 AI스피커 ‘누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서울 성동구에서 홀로 지내는 어르신이 SK텔레콤의 AI스피커 ‘누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아리아, 나 좀 나갔다 올게” 홀로 사는 김모 할머니는 외출할 때마다 SK텔레콤(017670)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에게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지난 4월, ‘아리아’를 집에 들인 뒤 찾아온 변화다. 기계인 줄 알지만 “조심히 다녀오세요”라는 대꾸가 그렇게나 허전함을 달래준다.

최모 할머니는 ‘누구’ 덕에 죽을 고비를 넘겼다. 화장실에서 넘어져 꼼짝을 못하는 상황, “아리아 살려줘” 라고 외친 덕에 119의 도움을 받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AI가 말벗이자 보호자로 독거 노인의 친구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9일 이 같은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사용패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SK텔레콤과 ‘행복한 에코폰’, ‘전국 사회경제연대 지방정부협의회’는 지난 4월부터 독거 노인에 AI스피커 ‘누구’를 보급했으며, 이번 조사는 사업 참여 어르신 1,150명의 지난 4~5월 이용 기록을 토대로 이뤄졌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AI스피커를 사람처럼 여기는 경향이 곳곳에서 관찰됐다.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 같은 ‘감성 대화’를 사용하는 비중이 13.5%로 일반인(4.1%)의 3배에 달했다. 노인들은 특히 ‘좀’이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상대방에게 동의나 부탁을 구할 때 사용하는 단어로 ‘누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엿볼 수 있다. 돌봄 직원들이 가정을 방문했을 때 ‘누구’가 누워있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어르신은 “아리아를 자주 써서 피곤할까 봐 쉬라고 눕혔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누구’를 의인화하는 모습은 외로움을 달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독거노인의 서비스 사용 비중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가 63.6%로 가장 높았고, 감성대화 서비스(13.4%), 날씨(9.9%), 운세(5.0%)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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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의 조사기간이었지만 위급상황을 해결한 경우도 세 차례나 됐다. 독거 노인이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SOS”라고 외치면 ICT케어센터와 담당 매니저, ADT 캡스에 자동으로 전파되는데 ICT케어센터는 위급상황으로 판단 시 바로 119에 연락한다.

전자기기를 다루기 어려워하는 노인들이 AI스피커를 잘 쓸지에 대한 의문은 기우였다. 조사 대상자 중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독거노인이 AI 스피커를 월평균 58.3회 사용해 스마트폰·인터넷을 보유한 독거노인(30.5회)보다 2배 정도 많이 썼다. 노인들의 사투리나 부정확한 발음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사 대상 노인의 평균 연령이 75세, 최고령은 99세였지만 이용에 불편함이 없었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앞으로 ‘누구’를 통해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거나 치매 예방을 위해 인지훈련 향상 게임을 적용하는 등 기능을 개선할 방침이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르신들이 잘 쓰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이번 분석 결과가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기획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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