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文 평준화 공약-진보교육감 합작품…탈락이유도 몰라 혼란만

■서울 자사고 8곳 탈락

올 전국 24곳 중 11곳 탈락됐는데

항목별 세부지표 점수 공지 않고

평가위원도 최종결론까지 공개미뤄

지역별 다른 통과 기준점수도 문제

깜깜이 평가 논란에 후폭풍 거셀듯

1035A02 자사고 35판



김대중 정부의 ‘자립형사립고’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율형사립고가 8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같은 진보 정부지만 평준화 교육을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를 입시 위주의 학교 운영으로 고교교육 전반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으로 낙인찍으면서 일반고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지정평가를 진행한 일선의 진보 교육감들은 자사고 평가 과정 비공개는 물론 세부지표별 점수도 밝히지 않아 ‘자사고 죽이기’라는 과정의 공정성 논란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탈락 학교도 모르는 평가 점수=9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올해 전국 자사고 평가 논란의 핵심은 평가항목별 세부지표 점수 공개에 있다. 교육청은 이날 서울 자사고 재지정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취소된 학교와 승인된 학교를 공개했을 뿐 학교별 점수는 밝히지 않았다. 교육부 권고안에 따라 70점 이상이면 재지정을 승인받는데 학교 서열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더 큰 문제는 재지정 취소를 받은 학교들조차 왜 탈락했는지 세부 점수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평가를 앞두고 학교 운영, 교육과정 운영, 교원의 전문성, 재정 및 시설여건, 학교 만족도, 교육청 재량평가 등 6개의 평가항목을 예고했다. 자사고운영평가위원회는 각 평가항목에서 입학전형 운영의 적정성, 학생충원율, 학생 전출 및 중도이탈 비율 등 세부항목을 학교별로 파악하고 매우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미흡으로 평가하는데 해당 세부지표 점수는 학교에도 공지되지 않는다. 탈락한 학교들이 이번 평가를 ‘깜깜이’라고 반박하는 이유다. 서울시교육청뿐 아니라 안산동산고와 해운대고가 재지정 취소된 경기도와 부산 시도교육청도 해당 세부지표 점수를 학교에 알려주지 않았다. 지난달 전북 상산고의 경우 평가점수가 공개된 후 불과 0.3점 차로 탈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강하게 불어닥친 것을 교육당국이 우려한 처사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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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참여인사 공개 끝내 막아=자사고 재지정평가를 한 운영평가위원회 참여인사들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자사고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제 평가가 끝났으니 평가위원을 공개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아직 교육부 동의 절차가 남은 만큼 위원 공개는 마지막까지 미룰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평가를 받는 학교 입장에서는 평가위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자사고 평가가 중립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교장·학부모 등이 모인 ‘자율형사립고공동체연합회’는 “중립적 전문가를 평가위원에 포함하는 것과 평가위원 선정기준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철저히 묵살당했다”며 “자사고 폐지를 위해 기획된 평가임을 확인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짜맞추기 평가’ 커지는 비판 목소리=과정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이번 자사고 평가가 평준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와 진보 교육감들의 ‘짜맞추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파국으로 치닫는 문재인 정권의 자사고 죽이기가 대한민국 교육에 조종(弔鐘)을 울렸다”며 “교육계에 또다시 좌파교육의 바람이 휘몰아친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와 진보 교육감들이 정치적 의도로 자사고 평가를 했다는 것이다. 보수 교육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자사고 존폐 논란은 정권과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고교체제가 좌우되는 데 근본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절차와 법적 근거에 따라 독립적·자율적으로 이뤄진 공적 평가인 만큼 결과를 존중한다”며 “교육부의 동의 절차 과정에서도 운영성과 평가기준과 방식·적법성 등이 거듭 점검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복되는 자사고 파문 현장은 혼란=자사고 논란은 교육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월성’과 ‘평등성’을 주제로 되풀이되며 10년째 지속되고 있다. 내년에도 자사고 16개 등 52개 학교가 운영평가를 받아야 해 혼란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는 자립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가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보고 설립을 엄격히 제한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자립형사립고를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는 한편 자사고 100개를 설립하겠다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자사고 유지와 일반고 육성정책을 동시에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제시하며 폐지정책을 내세웠다. 정부의 고교정책이 정권에 따라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한 자사고 및 특목고를 둘러싼 파문은 때마다 되풀이되며 학교 현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교총은 “고교의 종류·운영 등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함으로써 교육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회복하는 데 국회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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