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급한 건 성장 보다 건전성관리...일부 은행들도 경영목표치 하향"

대기업 실적부진 전이 우려에

"올해는 현상 유지만 해도 승산"

성장률 4% 전망 '작년의 절반'

다가올 CEO연임에도 변수될듯




끝 모를 동시다발적 악재에 시중은행들도 실적 비상이 걸렸다. 국내외 기관들이 연이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잡고 있는데다 3·4분기부터는 미중 무역분쟁에 일본과의 통상 갈등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부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나타날 수 있어서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본격화될 경우 협력사들이 경영난에 내몰리고 대출부실이 확산돼 금융권으로 전이될 위험도 크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최근 3개월간 각각 2.9%, 2%씩 하향 조정했다. 특히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등은 시중금리 하락과 대출 영업 정체 등의 여파로 이자수익 전망치도 꾸준히 하향 조정됐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이 올 3·4분기 역성장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0%나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자금 공급원이자 기업을 젖줄로 성장하는 금융권 실적에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대출성장률 평균은 7.6%에 달했으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4%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허인 KB국민은행장은 국내 영업본부장 전원을 본점으로 소집해 하반기 영업력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상반기 마감도 하기 전에 영업 최일선에 있는 본부장들을 소집한 것은 그만큼 올해 실적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KB 내부에서도 사실상 비상소집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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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영업 담당 부행장은 “올 상반기만 해도 하반기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미중 무역분쟁에 일본과의 통상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지금으로서는 현상 유지만 해도 승산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당장 건전성 지표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지금으로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은행장은 올해까지 역성장하면 내년 임기가 불투명하다는 말도 나온다. 집값과 가계 대출 부실을 잡기 위해 대출을 바짝 조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부문까지 위축되면서 당장 글로벌 본사에서 요구하는 10%대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를 맞출 묘책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은 하반기 경영 목표치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장은 “지난해 일회성 이익 같은 특별이익이 많았던 은행이라면 올해 세워둔 목표치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며 “대다수 시중은행의 하반기 경영 목표는 성장이 아닌 건전성 관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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