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비밀 핵 저장시설을 숨겨온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이스라엘 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1일(현지시간) 자국 방송 ‘채널13’의 보도를 인용해 IAEA 조사관들이 이란을 수차례 방문해 테헤란의 한 건물에서 방사성물질 흔적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조사관들의 방문지는 지난해 9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엔 총회에서 비밀 핵 저장시설 존재 의혹을 제기했던 곳이다. 채널13은 이들이 이 일대 흙 샘플 조사를 통해 방사능 흔적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최근 이 결과를 IAEA 고위층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IAEA에 알리지 않고 비밀시설에 방사성물질을 저장하는 행위는 이란이 서명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지금까지 비밀 핵시설의 존재를 부인해왔으며 네타냐후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시설이 금속 부스러기의 재활용 창고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가 이란과 대척점에 서 있는 미국에까지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며 국제사회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지난 2015년 이란 핵합의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타결의 주역인 모하마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 대한 제재를 보류하고 외교적 해결책 모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IAEA가 이러한 내용을 조만간 공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채널13은 전했다. 앞서 미 백악관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두 정상이 중동 정세를 해치는 이란 문제를 포함해 안보에 관한 이해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지하 비밀 핵시설에서 우라늄 대량 농축을 위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영국 더선에 따르면 미국의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전날 보고서에서 테헤란 남쪽으로 100마일 떨어진 지하 비밀 벙커에서 이란 핵 과학자들이 우라늄 생산 확대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 시설은 단기간에 농축도를 20%까지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최근 유럽의 핵합의 불이행에 반발해 우라늄 농축 상한을 4.5%까지 높였으며 20%까지 더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