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대상인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 확보와 관련해 “다소나마 숨통을 틔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인 지난 13일 디바이스·솔루션(DS) 및 디스플레이 부문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이같이 밝히고 사장단에 컨틴전시플랜(비상경영계획)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사장단 회의에서 일본 출장 결과를 사장단과 공유하고 경영진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급 현황과 사업 영향,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발 빠른 대응으로 수출규제에 포함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소재의 조달과 관련해 급한 불은 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일본 소재 기업의 해외공장 등을 통해 일부 재고를 확보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재계에서는 일본 정부의 완강한 입장을 고려할 때 현지 재계 원로들로부터 사태악화를 막기 위한 협조 등에 긍정적 답변을 얻는 정도의 성과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회의를 통해 “단기 현황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며 “특히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시나리오별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했다”며 “일본 방문 직후 사장단 회의를 소집할 만큼 심각한 위기임을 강조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