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로터리] 일자리, 최저임금, 근로시간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집권하자마자 최하층 노동자의 임금은 15%, 최상층 노동자의 임금은 7% 등 평균적으로 12% 인상됐다. 주 40시간 근무제와 유급 휴가제를 강력히 실시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지난 1936년 프랑스에서 집권했던 ‘인민전선’이 단행했던 정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경제를 살려내지 못했다. 오히려 경제난이 심화하기만 했다. 이로 인해 세입이 줄어들면서 국방예산이 크게 줄었다. 세계대전 직전에는 나치 독일 국방비의 8분의1에 불과할 정도였다. 결국은 7개월 만에 프랑스의 전 국토가 점령당하는 비극을 맛봐야 했다.

왜 이런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했을까. 가장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목적을 수단으로 삼는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돈을 쓰는 것은 목적이고 돈을 버는 것은 수단이다. 즉 돈을 쓰는 목적을 위해서는 반드시 돈을 버는 수단을 먼저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돈을 쓰는 목적을 하나의 수단으로 착각하면 당연히 파산하고 만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은 국가 경제의 목적이지 정책수단이 될 수 없다. 이런 정책적 목적들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수단, 즉 경제성장이라는 수단을 먼저 강구해야 했다.


일자리 창출이나 일자리 나누기도 마찬가지다. 이것들은 정책적 목표이지 수단이 될 수가 없다는 사실은 독일과 프랑스가 1990년대에 여실히 증명했다. 독일은 1991년 실업률이 7%대로 상승하자 소위 ‘Mega-ABM’ 정책을 내세워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2000년까지 9년 동안 240만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실업률은 1995년 12.9%까지 상승했다. 그 후 일자리 창출 규모가 줄면서 약간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8~9%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3년 다시 10%대를 넘겼다. 결국은 일자리 창출정책을 전면적으로 폐기 처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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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1994년과 1995년 실업률이 연속 10%를 넘어서자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강력히 펼쳤다. 1995년에는 로비앙 법을 제정,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일자리를 보존하거나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래도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자 1996년에는 오브리 법을 제정해 주당 근로시간을 4시간 단축하는 등 일자리 나누기를 강제로 시행했다. 그래도 실업률은 11%대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프랑스도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전면적으로 폐기했다.

문재인 정권도 지금 1930년대의 프랑스 인민전선처럼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정책을, 1990년대의 독일과 프랑스처럼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거의 똑같이 펼치고 있다. 그러니 어찌 취업난이 완화될 수 있겠는가. 이미 실패했던 정책을 한꺼번에 세 가지나 시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목적을 수단으로 삼으면 그 결과는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세상사의 철칙이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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