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현(사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최근 산업은행으로부터 이관받은 대우건설과 관련해 “당장 매각 작업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연내 매각을 공식 부인한 것으로, 기업 가치를 먼저 끌어 올린 뒤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IR센터에 열린 KDB인베스트먼트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검색 사이트에서 대우건설을 치면 ‘매각’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뜨는데 현재로서는 매각 일정을 따로 잡은 게 없다”면서 “기업의 펀더멘털이 좋아지고 경쟁력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매수자가 나타날 것으로 믿기 때문에 일단은 스스로 강해지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기업을 넘겨받아 기업 가치를 높이고 매각을 추진하기 위한 자회사다. 산은 수석부행장 출신인 이 대표는 초대 사장으로 KDB인베스트먼트를 이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8일 산은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를 1조3,606억원에 넘겨받았다.
이 대표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 대우건설의 강점이 뭔지 잘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손실이 많이 난 프로젝트나 플랜트 부문을 보면 그동안 과대평가됐거나 의욕만 앞서 진행된 경우가 많다”면서 “대우건설의 핵심 역량을 파악하고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대우건설 담당자들과도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업가치 제고라는 회사가 잘하는 것 위주로 해야 한다”며 실적이 낮은 사업부문의 구조조정을 암시했다.
대우건설의 체질 개선도 약속했다. 그는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마인드셋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며 “다른 건설사들에 비해 사기가 많이 저하돼 있고, 피해의식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의 인사와 평가보상 시스템은 과거 재벌 계열사 시절의 것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이제는 재벌 계열사가 아닌 만큼 인사제도나 평가보상 시스템도 시장에 맞게 역동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KDB인베스트의 향후 역할에 대해서는 “국책은행과 민간 중심의 구조조정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산은 보유 자산을 중심으로 시작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투자자 등을 유치해 산은이 100% 보유한 지분을 민영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