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직장은 일터가 아니라 심리적 전쟁터로 돌변하게 됩니다. 일 할 맛 나는 직장, 유연한(agile) 조직을 만들기 위해 구성원 간 ‘다름’과 ‘차이’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퇴근길인문학수업-관계(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의 필진으로 참가한 노주선(사진) 한국인성컨설팅㈜ 대표(임상심리전문가 겸 심리학 박사)는 대기업은 물론 테헤란로의 상징인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조직 갈등 해소를 위한 상담과 교육으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삼성의료원, 한림대의료원 등에서 10년 이상 심리상담사로 활동한 노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기업 대상으로 고객을 전환하고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세종시 정부청사와 테헤란로에 ‘직장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노 대표는 개인의 심리상담은 물론 부부 갈등, 자녀 문제 등 직장인을 둘러싼 고민과 불안을 해소해 구성원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그는 “얼마 전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에서 전문적인 자녀상담 프로그램 시작하겠다고 공지를 하자 10분 만에 신청이 마감됐다”면서 “조직 내의 갈등은 물론 부부, 자녀 문제 등을 심리적 불안요소를 해소해야만 업무의 성과를 높일 수 있어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에 이어 지난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는 등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노 대표 “자신과 친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포용력이나 이해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다름’을 거부하고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직장 내 갈등은 우수한 인재의 이탈로 이어져 기업의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사회 전체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 내 갈등의 요인 중 하나로 세대간 갈등을 꼽았다. 노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의 리더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와 비슷한 분위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이어 군대의 위계질서에 익숙해진 탓에 직장에서도 구성원들에게 권위적인 행동이나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게다가 직장 내 중간급 리더의 자리에 오른 ‘X세대’도 예외는 아니다. 학창시절 ‘교실 이데아’ 떼창을 하며 기성세대에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정작 자신이 기성세대가 되자 직장 내에서 직위를 악용해 젊은 세대들에게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X세대 리더의 직위 남용에 대해 노 대표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 단독주택, 하숙생활 등으로 개인의 일상은 물론 친구의 가정사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성장한 탓에 조직 내에서도 터 놓고 지내는 사람과 친분을 쌓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배척하기 쉽다”면서 “그러나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겨 회사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소통만 하려는 밀레니얼 세대와 갈등이 벌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젊은 세대가 어렵게 구한 직장을 관두지 않는다면, 상사의 괴롭힘을 당하면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 같은 환경으로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호소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퇴사자가 속출하는 등 기업에 심각한 노사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성격적인 차이도 직장 내 갈등의 요인이다. 성격 심리 전문가인 노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성격의 소유자에게 끌리게 되는데, 이를테면 직장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하며 자신과 다른 성격의 직원을 선발하지만 정작 다른 성격이 가진 단점은 무시해버리면서 갈등이 심화된다”면서 “빠른 결단력으로 거침없이 전진하는 외향적인 CEO가 내향적인 직원의 꼼꼼함과 정확성을 업무에서 기대하면서도, 조금 더디고 말이 없는 성향은 답답해한다. 갈등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라고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직 갈등은 상호 이해와 신뢰의 붕괴가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선임자의 지시나 행동을 무조건 ‘꼰대’로 낙인찍어버리는 후임자는 물론, 업무 지시에 감정을 개입해 후임자를 압박하는 선임자 모두 귀를 막고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면 갈등은 고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의 화두는 유연성과 민첩성(agile)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을 상호 존중하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노 대표는 “일하는 방식의 ‘다름’,소통 방식의 ‘다름’ 등 여러 가지 다름이 있다”면서 “조직의 성과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유연하고 민첩한 분위기 조성을 원한다면 리더가 먼저 구성원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한 다음 이를 수용하고 서로의 강점을 찾아 조직에 활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