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보건당국이 우리나라 의약품을 기존 2그룹으로 유지했다. 베트남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의약품 공공입찰 규정 개정으로 우리나라 의약품이 입찰최하등급인 5그룹까지 추락해 대(對) 베트남 수출액이 74%나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됐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당국이 끈질기게 베트남 정부를 설득해 기존 등급을 유지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베트남 보건부가 이 같은 내용의 ‘베트남 공공의료시설의 의약품 공급 입찰’ 규정을 확정·공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발표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같이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모두 가입한 국가의 경우 2그룹으로 유지된다. 또 이번 개정을 통해 1그룹에 포함될 수 없었던 국내 제약사가 유럽이나 미국으로부터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받은 경우 앞으로 1그룹에 포함된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2월 유럽 GMP 인증을 토대로 등급을 재조정하는 ‘베트남 공공의료시설의 의약품 공급 입찰’ 개정안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의약품이 기존 2그룹에서 입찰최하등급인 5그룹으로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약품이 5그룹으로 하락할 경우 2018년 기준 베트남에 대한 의약품 수출액 1억7,110만달러(1,884억원) 가운데 무려 74%에 해당하는 1억 2,661만달러의 손실이 예상된 바 있다.
입찰등급 유지를 위한 보건당국의 노력은 상당했다. 식약처는 입찰등급 유지를 위해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과 같은 해 5월 류영진 전 식약처장의 베트남 방문 시 고위급 회담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2그룹 유지를 요청했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보건부 관계자의 한국 방문과 지난 6월 식약처의 베트남 보건부 방문 때 베트남 공무원에게 한국의 허가·심사제도와 규제경험 전수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식약처는 우선 ‘한-베 의약품 국장급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고 오는 22일부터 베트남 보건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의약품 허가·심사 분야 교육을 개최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베트남의 이번 발표로 기존의 입찰등급을 유지하게 돼 우리 기업이 베트남 공공의료시장 진출을 위한 입찰 선정 평가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베트남과 의약품 분야 협력을 강화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약품 관리수준을 홍보하는 한편 국제협력과 규제조화를 통해 수출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