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2019 대한민국 올해의 중소기업] 독보적 기술력 무장…무역전쟁 파고 넘는다

미중 '무역 패권' 놓고 갈등 격화

日 경제 보복도 장기화 분위기 속

경쟁력 키운 중기는 외풍에 탄탄

'韓경제 병참·척후병'으 로 빛 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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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양상이 달라졌다. 주력 무기가 구시대 총이나 대포에서 식량과 자원으로 옮겨왔고, 21세기에는 기술과 기업이 전면에 등장했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과 일본의 정밀화학처럼 말이다. 공격 대상도 변화했다. 중국의 화웨이와 한국의 반도체처럼 특정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식량 자급률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듯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국민의 존엄도 지켜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정밀화학 소재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실제로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진 지 50년이 넘도록 한국은 단 한 차례도 대(對)일본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누적적자액은 700조원을 훌쩍 넘겼다. 의존도가 높을수록 이를 무기화하려는 상대방의 유혹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특히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했던 2010년은 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로 팽배했다. 그리고 채 10년도 되지 않아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여기엔 장기적인 체질 개선보다는 당장의 이익에 급급했던 무사안일과 ‘선택과 집중’이라는 논리로 대기업 중심의 과실에 만족했던 정책도 한몫했다. 중소기업이 어렵게 장비와 소재를 국산화해도 대기업에서는 생산 라인에 도입하는데 소극적인 반면 기존 구입처와의 가격협상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자칫 국산화한 장비나 소재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 이를 도입한 책임자가 문책 당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산화 의지도 점차 사라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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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시 반도체 실적에 취해 2016년 이후 소재·부품 관련 예산을 해마다 줄였다.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제는 오히려 10년 뒤, 아니 그보다 더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중국의 반격이다. 화웨이 사태로 타격을 입은 중국이 미국과의 전면전이나 화학소재로 무장한 일본보다는 우리를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기업이 기마병이라면 중소기업은 병참이자 척후다. 병참 없는 군대는 전투에선 승리할지 몰라도 전쟁에는 패하기 마련이다. 군대가 먹고 마실 음식을 적에게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이 바로 서지 않는 한 10년 후에는 반도체가 아닌 자동차, 석유화학 등 어느 분야가 공격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다면 10년 후의 반도체는 국가를 지키는 방패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현재를 빛내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2029년에는 영국의 ARM처럼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으로 무장할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안광석 서울경제비즈니스 기자 business@sedaily.com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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