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19일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입법예고하며 법 제정 절차에 들어간 것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만들 때 빠진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다.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애초 권익위는 지난 2013년 8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 논의단계에서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제외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전남 목포시 역사지구 투기 의혹이 일면서다. 현행 청탁금지법으로는 손 의원을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손 의원은 목포 거리를 근대역사문화 공간으로 지정하도록 피감기관에 압력을 행사하고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지인 등의 명의로 부동산을 다수 매입해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으로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권익위가 이번에 입법예고한 법안은 공직자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용하도록 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법은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면 이를 전액 몰수하거나 추징하고 7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공직자가 직무관련자와의 사적인 이해관계나 금전 등의 거래 행위를 미리 신고하지 않거나 금지된 직무 관련 외부 활동을 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법안이 제정되면 청탁금지법에서 빠졌던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다. 법안은 국회의원도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의원들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입법 취지에 겉으로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의원이 사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이른바 고양이(의원) 목에 방울(제약) 달기가 될 수 있는 탓이다. 해당 법률이 국민 정서에는 부합할 수 있으나 많은 지역 민원을 접할 수 밖에 없는 의원에게는 업무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한 여당 의원은 “의원들이라고 예외가 돼선 안 된다”며 “의원도 별다른 특권이 없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해당 법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법률이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논의 안 되는 게 한 두건이 아니라 전망은 할 수 없다”고 말 끝을 흐렸다.
야당의 한 의원은 “원칙적으로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기본 윤리에 해당하는 것은 의원도 당연히 지켜야 한다”면서도 “국회에 제정안이 최종적으로 제출되면 깊이 있게 검토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비쳤다.
또 다른 야당 의원도 “의원들이 요즘 기득권에 연연하지는 않는다”며 ”의원을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게 국민 정서에는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이해충돌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도 적지 않아 법이 의원 활동을 제약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이지 않는 손과 감시의 눈’이 의원들의 정상적인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게다가 이미 시행 중인 청탁금지법 등으로 현재도 규제가 엄격해 의원 스스로 조심하고 있다는 점 역시 법률 검토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꼽았다. 의원들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충돌방지법은 자칫 정상적인 활동마저도 위축되게 할 수 있는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지훈·김인엽·방진혁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