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수구 대표팀이 22일 쿠바전을 끝으로 광주세계수영선수권 일정을 마친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경기 종료 신호음이 울리자 격렬했던 경기로 이미 뜨거워진 선수들의 얼굴이 더 벌겋게 달아올랐다. 물 밖으로 나온 뒤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한국 최초 여자 수구 대표팀의 사상 첫 공식대회 일정이 22일로 마무리됐다. 대표팀은 이날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 15·16위 결정전에서 쿠바에 0대30으로 졌다. 5전 전패에 16개국 중 최하위라는 예상 성적을 벗어나지 못했다. 북한과의 단일팀 구성을 기다리다 일정이 늦어졌고 13명의 엔트리 중 대부분은 고교생에, 2명은 중학생이었다. 고작 한 달 반의 훈련을 통해 세계 대회에서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하지만 ‘한 골’을 목표로 나간 대표팀은 총 6골을 넣으며 벅찬 희망을 발견했다. 강호 러시아를 상대로 한 2차전에서 18세 여고생 경다슬이 역사적인 첫 골을 터뜨렸다. 첫 경기 헝가리전 0대64의 기록적 대패를 극복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 나름대로 기세가 오른 대표팀은 캐나다에 2골, 남아프리카공화국에 3골을 넣었다.
경다슬은 “더 잘할 수 없을 정도로 매 경기 열심히 뛰었고 매 순간이 최고였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이 한 달간 훈련해서 리오넬 메시와 축구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뭉칠 수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경다슬의 대회 첫 골 때 벤치에서 펑펑 울어 사진에 많이 찍혔던 김예진은 “경영에서는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는데 동료들과 기쁨도, 아픔도 함께하는 수구를 하면서 행복했다”고 했다.
선수들은 “계속 수구를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대회 전 연습 때 코뼈가 부러졌는데도 훈련을 포기하지 않았던 골키퍼이자 주장인 오희지는 이날 경기 중 또다시 공에 코를 맞아 코피를 쏟기도 했다. 그는 “수구에는 블랙홀처럼 묘하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다. 고향에 내려가 클럽팀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