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피해자 6천명 ‘가습기 살균제’ 참사 재수사…8개월만 34명 기소

SK케미칼·애경 前대표 등 제조판매자 무더기 기소

CMIT·MIT 살균제 인과관계 첫 인정…안전 검증 미비

환경부 서기관 등 진상규명 방해한 혐의 재판行

/연합뉴스/연합뉴스



6,000명이 넘는 피해자에게 폐질환·천식을 발생시키고 1,421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살균제 사건 재수사가 마무리됐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책임자인 SK케미칼 및 애경 전 대표이사 등 관련자 34명을 재판에 넘겼다. 최초 사건발생 8년만, 재수사 8개월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23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책임자 18명, 원료 공급 담당자 4명, 증거인멸 등 진상규명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15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SK케미칼 홍지호(68) 전 대표 등 4명, 애경산업 안용찬(60) 전 대표 등 5명, 필러물산 김모(57) 전 대표 등 2명, 이마트 전직 임원 2명, GS리테일 전 팀장 1명, 퓨엔코 전직 임원 2명 등 총 1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과실로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CMIT·MIT를 기반으로 한 가습기 살균제는 피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2013년 첫 수사 때 법망을 비껴갔다. 이번 재수사는 유해성에 대한 환경보건학회 역학조사 자료, 서울아산병원 모니터링 결과 등 관련 연구자료를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연구에 따르면 CMIT·MIT 소재 가습기 살균제를 단독 사용한 사용자에게서 전형적인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소견이 확인됐다. 검찰은 “1994년 최초 가습기 살균제 개발 당시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연구노트 등을 압수해 최초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부실하게 개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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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가 만든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등의 원료물질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를 원료로 공급한 SK케미칼 전 직원 최모씨 등 4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SK케미칼 측은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가습기 살균제 관련 실험을 진행한 사실 등이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검찰은 “원료를 최초 채택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이를 사용할 것을 소개·조언하는 등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PHMG는 ‘흡입독성’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는 물질이었음에도 직원들은 기타 독성정보를 은폐해 살균제 피해의 주요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증거인멸 등 사건의 진상규명을 방해한 혐의로 정부 관계자와 전 국회의원 보좌관도 재판에 넘겼다. 환경부 서기관 최모(44)씨는 대관 업무를 수행하며 내부 정보를 기업에 누설한 것이 처음 드러났다. 최씨는 “검찰 수사가 임박했으니 자료를 없애는 게 좋겠다”는 조언까지 하며 수시로 접대를 받았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양모씨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기업인이 출석하는 것을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CMIT·MIT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의 과실을 규명하고 PHMG 원료공급 과정의 과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가습기 살균제 특별공판팀을 구성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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