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Biz이슈&]"팰리세이드 수요 흡수" VS "후속모델에 영향"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 놓고 찬반

정의선 부회장 "예상 판매량 조사하라"

美서 매달 6,000~7,000대씩 팔려

1년 넘는 팰리세이드 대기수요 흡수

생산라인 증설·물류비도 고려해야

특근 민감한 노조와 협의도 관건

2515A13 텔루라이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기아자동차의 미국 전용 모델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의 국내 출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기아차(000270) 내부에서는 내수 판매 회복을 위해 미국에서 히트 친 텔루라이드의 국내 판매에 힘이 실리지만 노동조합의 동의, 파워트레인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쉽지는 않은 분위기다. 텔루라이드의 국내 출시를 주장하는 쪽은 현대차(005380)의 팰리세이드 대기 수요가 1년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해 대기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텔루라이드를 국내 출시할 경우 모하비, 쏘렌토 등 새롭게 출시될 주력 SUV의 생산·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기아차 고위 임원들과 텔루라이드의 국내 출시를 두고 논의 중이다. 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내부적으로 텔루라이드를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자 국내 연간 예상 판매량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된다면 출시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앞서 박한우 기아차 사장도 최근 “텔루라이드의 국내 판매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SUV의 판매가 이끌고 있다. 국내 완성차 4개사의 올해 상반기 판매 실적을 보면 레저용 차량 판매량은 30만3,315대로 전년 동기(28만6,558대) 대비 5.8% 늘었다. 판매 비중은 48.4%로 지난해 같은 기간(45.4%)보다 3%포인트 증가했다. 완성차 업계는 SUV에 주력하며 신차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출시된 기아차의 텔루라이드는 지난 2월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315대가 판매된 것을 시작으로 매달 6,000~7,000대씩 팔리며 상반기 기준 2만5,082대가 판매됐다. 이 차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매달 평균 6,000대씩 생산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 연간 8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동급 SUV인 현대차의 팰리세이드가 출시 후 7개월 동안 3만대가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추가 증산라인 확보가 어려워 생산량 부족으로 2만1,000대가 넘는 계약이 취소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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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아차 내부에서는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린다. 국내 판매영업본부 등은 올해 모하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내년 쏘렌토 세대교체 등 주력 SUV 출시를 앞둔 터라 이들 차량의 생산·판매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국내에 도입할 경우 디젤2.2모델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만큼 추가적인 연구개발과 공장 개편 등 비용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에 출시되는 텔루라이드는 가솔린3.8 모델이다. 또 미국차의 특성상 방향지시등과 헤드라이트 등의 교체비용, 물류비용 등이 더해져야 하는 터라 국내에서 생산하는 팰리세이드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텔루라이드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현대차의 팰리세이드와 시장을 양분하는 ‘간섭’ 현상도 우려되는 것 중 하나다.

노조의 반대도 문제다. 해외에서 생산된 현대·기아차를 한국에 들여오려면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노조는 국내에서 텔루라이드 판매가 늘어날 경우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판매량이 줄어 특근이나 수당 등이 감소한다는 점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국내 물량 감소를 우려하며 텔루라이드의 국내 생산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해외로 수출할 경우 높은 관세가 책정된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i30의 경우에도 현지에서 생산하는 N이나 패스트백 라인이 인기가 많아 국내에 들여오려 해도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내부적으로는 텔루라이드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쪽의 의견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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