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7~8월 누진제 완화, 저소득층은 혜택 못봐"

■한전 이사회 회의록 살펴보니

"오히려 많이 쓰는 집만 깎아줘

에너지 불평등만 더 키울수도"

전기료 하계 완화 부작용 성토

"필수사용량 공제 개선안 필요

기후변화에 맞는 요금제 검토"

손실보전 대책 마련 소리 높여

2515A06 정부의 7~8월



“하계 누진제 완화는 에너지 불평등만 강화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전력공사 이사회가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받아들였던 당시의 이사회 회의록이 공개됐다. 속기록 형식이 아닌 이사진의 발언 요지만 공개돼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가 제시한 하계 누진제 완화의 부작용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게시된 지난달 28일 한전의 제7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이사회에서는 기본공급약관 개정(안)과 전기요금 체계개편 계획(안) 등 두 건의 상정 안건이 원안 가결됐다.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은 산업통상자원부 주도의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마련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한전의 요금 체계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매년 7·8월에 한해 누진제 구간이 △1단계 300kWh 이하 △2단계 301~450kWh △3단계 450kWh 초과로 조정됐다. 기존 누진제 구간과 비교해 1단계 전기 사용량 구간을 100kWh, 2단계를 50kWh씩 늘려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사외이사들은 이 안건이 가결되기 전 “가뜩이나 적자로 돌아선 한전이 매년 2,847억원 수준의 추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사외이사로 추정되는 한 참석자는 “하계 누진제 완화는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기보다는 오히려 에너지 불평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월 200kWh 이하 사용 가구는 이 개정안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오히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구의 전기요금만 깎아준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 이번 전기요금 개편안에 따르면 에어컨이 없어 월 200kWh 이하로 전력을 사용하는 저소득층은 그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며 “정부가 공공성을 앞세워 요금제를 개편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다소 이치에 맞지 않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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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에서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 개선 등을 통한 확실한 손실보전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요금제를 만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월 전기 사용량이 200kWh 이하인 가구에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직접 “한전 사장도 월 4,000원의 보조를 받는다”며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제도다. 반면 한전 사내이사로 추정되는 한 참석자는 “공기업으로서 수익성과 공공성 모두 확보해야 하나 이번 개편안의 경우에는 1,600만 가구에 혜택이 돌아가는 공공적 기능이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정부 안을 옹호했다.

두 번째로 의결된 전기요금 체계 개편 계획(안)은 한전의 비용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담겼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를 폐지하거나 수정보완하고, 전기요금의 이용자 부담 원칙을 분명히 해 원가 이하의 전력 요금 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는 방안 등을 올해 11월30일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또 내년 6월30일까지는 ‘반드시’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안건에 대해서 한 이사는 “한전은 공공기관이지만 상장회사이므로 기업으로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수익성 제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애초 정부의 누진제 개편안 가결을 시도했다가 사외이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던 지난달 21일 정기 이사회(제6차 이사회 회의록)에서도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묻어 나왔다. 당시 이사회의 한 참석자는 “민관 TF의 권고안을 이행해 달라는 정부의 의사표시가 포함된 행정지도 성격의 공문이 안건 논의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하계 누진제 완화뿐만 아니라 기타 제시된 의견(필수사용량 보장공제 개선 등)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박형윤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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