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폭풍 트윗 속 사라진 백악관 대변인

그리샴, 취임 후 한달새 ‘침묵’

미국인 “대변인 목소리도 몰라”

트럼프, 대변인 역할 보좌로 한정

스테파니 그리샴 미 백악관 대변인. /EPA연합뉴스스테파니 그리샴 미 백악관 대변인.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입’으로 발탁된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이 취임 후 거의 한 달이 지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유색 여성 의원들을 겨냥해 인종차별적 막말을 퍼부어 미 정가가 발칵 뒤집어졌지만 그리샴은 단 한 차례도 공식 해명조차 내놓지 않았다.

2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세라 샌더스 전 대변인의 후임으로 임명된 그리샴은 방송출연은 커녕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는 등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삼가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유색 여성 초선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등 막말을 일주일 넘게 쏟아내는 와중에도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짧은 글 하나를 올린 것 외엔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백악관 대변인의 이 같은 ‘저자세’는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의 불편한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류 언론을 매일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며 전쟁을 벌이고 있고, 이 때문에 세라 샌더스 전임 백악관 대변인도 언론 정례 브리핑을 중단한 채 기자단과 냉각기를 가졌다.

폴리티코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로 미 정계가 정치적 스펙트럼을 떠나 비판으로 들끓고 있는데도 미국인 대다수는 그리샴의 목소리조차 알지 못한다면서 이는 백악관 대변인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샴 대변인은 일일 업무 대부분을 하급자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과거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을 맡았을 때처럼 꼭 필요할 때만 전면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트위터를 통해 직접 중요 내용을 공개하는 소통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본인은 기자들에게는 대통령과 직접 접촉할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주는 일종의 중개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폴리티코는 백악관 내부 인사들은 그런 그리샴 대변인을 한 목소리로 두둔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그리샴 대변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신뢰가 두텁다는 점과 백악관 내부의 배타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폴리티코는 친정부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 출신 인사 등이 발탁될 것을 우려했던 백악관과 정부 고위 인사들이 내부 인사인 그리샴이 백악관 대변인과 공보국장을 맡는 것을 크게 환영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큰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도 그리샴의 팬으로 알려졌다.

그리샴 대변인은 2016년 대선 초창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했다. ‘퍼스트레이디’ 업무를 관장하는 백악관 이스트 윙(동관) 대변인으로 있을 때도 주로 막후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리샴 대변인은 이런 대외적 모습과는 달리 아침 일찍부터 종일 트럼프 대통령과 연락을 주고받고 대면 보고를 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취임 직후에는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했을 때는 미국 공동취재단을 제지하는 북측 경호원들에 맞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그는 북측 경호원들을 옆으로 밀어내 통로를 확보하고 미국 기자들에게 “가요 가(Go, go)”라고 말했고, 이 과정에서 몸에 멍이 드는 등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간사인 조너선 칼은 “백악관 공동기자단이 접근할 수 있도록 문자 그대로 투쟁했던 것은 좋은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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