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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철도경영학 박사학위 취득, 만학도 하이텍코리아(주) 최문규 대표를 만나다

최문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경영학 박사최문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경영학 박사



“나이란 과거를 기준으로 하면 오늘이 제일 늙은 나이이고, 미래를 기준으로 하면 오늘이 가장 젊은 나이다.”라는 말이 있다. 100세 시대는 이미 열렸다. 노후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남은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60대 전후에 퇴직한 분들이 귀촌해 텃밭을 가꾸는 육체노동은 그 자체로 신체 건강과 자연과의 호흡을 통해 얻는 기쁨이 매우 크다. 그러나 건강한 신체에 긴장감 있는 정신활동을 적절히 조합하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 신체 나이는 지적능력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게으름이 내 삶을 노쇠하게 만들 뿐이다.

매슬로 욕구 단계 이론에 따르면, 50대를 지나면 돈이나 물질적 욕구보다 가치와 의미있는 일에 몰입하려는 경향이 발견된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다음 세대와 다른 나라에 널리 공유함으로써 보다 의미있는 여생을 살고자 하는 것이다.

지식산업시대의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사람경쟁력이다. 이 가운데 인생의 새로운 전성기에 끊임없는 지식활동을 통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최문규 철도경영 박사에게 의미있는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 먼저, 박사학위 취득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에서 철도경영정책을 전공하고, 이번에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63세 만학도 최문규입니다.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철도와 도로의 건설과정에서 교량 등 건설공사에 필요한 가설 교량의 제작 및 설치를 주요업무로 하는 하이텍코리아(주)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상대적으로 조금 늦은 나이에 박사학위 취득을 마음먹으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제가 석사학위는 2001년 8월에 취득했습니다. 그 후 약 18년이 지난 거죠. 그 당시 지도교수님은 내친김에 박사학위에 도전해서 계속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해주셨지만, 저는 쓸데없는 교만에 빠져 공직 생활을 하는데 박사가 무슨 소용 있겠느냐 말씀드리고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막상 은퇴하고 나니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자신이 있는데 여기저기서 들려주는 얘기들은 그동안 고생했으니 이제 그만 쉬면서 놀아야 한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이런 말들을 듣다 보니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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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첫째, 철도 후학들을 위해 그동안 습득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 해주는 것. 둘째, 동남아 등 철도 후진국의 철도정책 및 건설계획 수립지원이 제가 할 수 있는 일로 압축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준비단계로 본인 스스로도 긴장할 수 있고 업무수행에도 필요한 박사학위 취득과정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인생 100세까지 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인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공부하면서 철도의 발전과 세상의 발전에 공헌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 철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철도고등학교에는 어떻게 진학하시게 되었나요?

제가 철도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였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일부러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학생들이 기차를 타 볼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두 정거장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난생 처음 기차를 접해본 경험은 어린아이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그것이 철도고등학교에 진학하고, 평생 직업이 되는 과정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시골 출신인 제가 철도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국립학교인 철도고등학교는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당시 중학교 담임선생님께서는 제 실력으로는 진학이 어렵다고 판단하시고 원서를 써주지 않으셨습니다.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입학시험을 치른 결과, 같이 원서를 냈던 친구들은 거의 다 떨어지고 저만 6.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운 좋게 합격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 철도에 근무하신 동안,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들려줄 만한 가장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인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 고교 졸업자 특별전형으로 취업에 성공한 직원들과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어린 직원들은 계속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제는 일만 열심히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첫 직장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이에 저는 “여러분은 공부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를 잡았다.” 라고 충고하면서 공단의 교육제도와 지원 사항에 대한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본인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라는 조언을 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몇 년이 흐른 뒤 그때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 한 번 알아볼 생각입니다.

◇ 본인처럼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만학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라는 옛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시작하는 것이 내일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지 않겠습니까? 제가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공부를 시작하면서 제 머릿속에서 계속해 맴도는 말이 ‘이제 나이가 먹어 기억도 흐려지고 눈도 어두워져 작은 글씨조차 잘 보이지 않는데, 마지막까지 공부를 잘 마칠 수 있을까?’ 였습니다. 그러나 ‘한 계단 올라서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라는 말을 되새기며 ‘가다가 중단하더라도 간 만큼은 이익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했기에 결국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 목표를 위한 첫 준비단계 박사학위 취득은 이루셨네요. 앞으로는 본인의 사업과 관련해서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KOICA 등이 추진하는 철도 후진국에 대한 철도건설 자문 또는 컨설팅 업무를 하고 싶습니다. 또한, 대학 철도 교육과정의 강단에 설 기회가 주어진다면, 후학들에게 평생 동안 수행해온 철도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싶습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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