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정제마진 악화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제품 수요 감소와 같은 악재 속에서도 올 2·4분기에 직전분기 대비 50% 이상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급락하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을 비켜갔다.
현대오일뱅크는 25일 올 2·4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3,196억원과 영업이익 1,54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영업이익이 51% 줄었지만 올 2·4분기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아래인 배럴당 3달러대 정도였다는 점에서 시장 기대를 넘어서는 실적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깜짝 실적 배경은 원유 정제 후 남은 찌꺼기를 등유나 경유와 같은 새 제품으로 만드는 고도화 설비에 대한 투자 효과가 첫손에 꼽힌다.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율은 국내 최고인 40.6%에 달한다. 가격이 저렴한 비중동산 원유 도입 확대 또한 수익 확대에 크게 일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4년부터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 원유 도입을 늘렸으며 올 상반기 비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52%에 달한다. 반면 여타 국내 정유사들의 중동산 원유 의존율은 70%대 수준이다. 비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현대오일뱅크의 높은 고도화율 덕분이다. 남미 지역 원유는 불순물이 많은데다 마진이 낮은 고유황 선박유가 많이 생산되는 유종이지만 고도화설비를 통해 관련 원유의 경제성을 끌어올렸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대비 마진이 높은 석유화학 부문 투자 강화로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자회사 현대케미칼은 혼합자일렌 생산량을 연간 140만톤으로 늘리는 증설 공사를 최근 마무리했으며 2조7,000억원을 투자한 올레핀 제품 생산시설 HPC가 오는 2021년 완공될 예정이다. 또 다른 자회사 현대코스모는 파라자일렌 생산량을 내년부터 연간 136만톤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 같은 투자로 2022년에는 현대오일뱅크 전체 영업이익에서 석유화학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하반기 시황 전망도 긍정적이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이달 7달러대를 회복했으며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조로 석유화학 부문도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 선박 연료 황 함량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줄이는 ‘IMO2020’ 환경규제가 내년 시행되는 것 또한 호재다.
이날 함께 실적을 공개한 현대중공업(009540)지주는 직전분기 대비 40%가량 상승한 2,0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부문 실적 악화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의 실적 개선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양철민·박한신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