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잠 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해까지 받은 사안이다. 물론 후보 시절, 색깔 공세를 단박에 무력화할 수 있는 공약으로 채택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원칙적인 동의를 받았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본격가동하지 전이라 지금 상황과 약간 다르지만 원잠이 다른 무기체계에 비해 몇 발짝 나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해군은 부인하지만 태스크포스(TF)팀이 가동되고 있다.
해군이 쉬쉬하는 것은 경험 때문이다. 2003년 원잠 추진을 비밀 속에 추진하다 한 신문의 보도가 나간 직후 사업단 자체가 깨진 경험에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노무현 전 정부가 추진했던 원잠 건조가 무산된 것은 보수신문의 보도 탓이 아니라 이지스 구축함 건조 우선론에 밀린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해군은 당시의 상처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사업단장이던 문근식 예비역 해군 대령은 “예전과 여건이 크게 달라져 성사 가능성이 높다”며 “해군 단독으로 비밀리에 진행할 게 아니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 전 단장은 “인도도 해군 단독으로 원잠을 도입하려다 30년 세월을 보낸 끝에 러시아 원잠을 겨우 임대했다”며 “사업 추진력을 배가하고 시간을 당기려면 해군과 국방부·방위사업청은 물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들이 참여해 예산 확보와 이견 해소에 잠정이 있는 국책사업단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잠 도입 사업이 추진 동력을 얻더라도 짧은 시간에 성과가 가시화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공격원잠은 물론 전략원잠까지 건조·운영했던 프랑스가 최근 1번함을 선보인 바라쿠다급 공격원잠의 본격 설계와 진수까지 20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주변국 견제에 핵심 무기가 될 원잠 도입을 위해서는 성급한 기대보다 정권의 향방과 관계없이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