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단독] 국토부 실거래가, 아파트 한곳서 371건 누락

'수원역 푸르지오자이' 분양권

거래내역 7개월간 무더기로 빠져

매수자 민원에 뒤늦게 통계 수정

국토부 "중개사 잘못 입력" 해명

"중요자료 부실 운영" 비판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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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단지 분양권 매매거래량이 7개월간 무더기로 누락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아파트 단지의 올해 누적 분양권 거래량은 최근까지 130건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부동산 실거래가 시스템을 보고 이상하다며 민원을 제기하자 국토교통부는 뒤늦게 누락 건수 371건을 발견해 거래 내역에 삽입했다. 이 결과 이 아파트의 올해 총거래량은 갑자기 4배나 급증하는 ‘촌극’이 펼쳐졌다.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실거래가 정보가 시장 관계자들의 판단 근거가 되는 중요한 자료인데 여전히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민 민원에 통계 수정 =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푸르지오자이’ 아파트의 올해 1월부터 7월 25일까지의 누적 분양권 거래량은 130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7개월에 걸쳐 누락된 371개의 거래 내역이 한꺼번에 등록되면서 총 거래량은 501건으로 급증했다.

내용은 이렇다. 해당 단지 분양권 매수자들이 자신의 분양권 거래 내역이 실거래가 자료에 게재되지 않았다며 민원을 넣자 국토부 측에서 부랴부랴 문제를 조사한 후 수정한 것이다. 매수자들은 정상적으로 거래를 진행했고, 부동산 거래 신고 필증까지 발급받았는데 실거래가가 등록되지 않았다며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게재되지 않은 거래건 중에는 최고가를 갱신하는 내용도 다수 있어 입주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한 주민은 “국토부 자료에 신고가나 거래량이 제대로 등록되지 않아 단지의 거래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며 “단지가 시장에서 저평가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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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건 가까운 분양권 거래가 누락되면서 전체 부동산 통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수원시 팔달구의 분양권 거래량은 수정되기 전 각각 8건, 16건에 그쳤으나 26일 수정된 이후 136건, 219건으로 올랐다.

◇ 여전히 못 믿을 통계 = 국토부는 공인중개사가 실거래가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오기 등의 문제에 따라 누락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주·분양권 거래와 같이 신규 아파트의 경우 실거래 입력 과정에서 단지 코드 등 내용을 잘못 입력하는 등의 문제로 신고가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며 “민원이 발생한 이후, 직원들이 전수 조사를 해서 해당 단지 실거래가를 정상적으로 수정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이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통합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거래가 누락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토부는 실거래가 등록과 관련해 통상적으로 시세보다 거래 가격이 크게 높거나 낮은 경우에 대해서 거래 내역을 필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시스템 문제로 한 아파트 단지에서 400건가량의 거래 건수가 누락된 것은 이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서경펠로·경인여대 교수)은 “국토부 실거래가와 관련 과거에도 누락 사례가 있어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많은 소비자가 국토부의 실거래가 시스템에 의지하고 있는 만큼 실제 거래 현황과 자료가 다를 경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 교수는 “시스템에 실거래 정보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만큼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 역시 “실거래가 정보는 정부를 포함해 시장 관계자들이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데이터”라며 “누락 자료로 인해 가격·거래량 등에 편차가 생기면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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