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Stock이슈&] 우량주가 끌어내린 코스닥... ‘활성화 정책’ 독 됐나

코스닥벤처펀드·코스닥150ETF에

작년 상반기 한꺼번에 몰린 자금

바이오·엔터 등 주도주 몰락 여파

대거 손실 '잠재매물'로 수급 큰부담




코스닥 지수가 최저점을 잇따라 경신하며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검은 10월’ 동안 주요국 증시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던 악몽을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특히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더불어 몸값을 크게 올린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주들이 휘청이며 여기에 물린 자금은 이제 매도 타이밍만 기다리는 ‘잠재 매물’ 신세가 됐다.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코스닥벤처펀드와 코스닥150지수 연동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지난해 상반기에 일시에 유입된 자금이 코스닥 시장을 왜곡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대대적인 활성화 정책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7.81포인트(1.2%) 내린 644.59에 거래를 마친 코스닥 지수는 올해 최저점(종가 기준)을 찍었다. 직전 기록은 지난해 10월29일 629.70으로, 당시 한 달 동안 21% 넘게 폭락했던 상황과 비슷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제약·바이오, 대북주 등 최근 코스닥을 견인했던 주도주가 휘청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제약·바이오는 코오롱티슈진의 관절염 치료 주사제 ‘인보사케이주’의 판매허가 취소, 한미약품의 1조원대 당뇨 신약 기술수출 무산,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 실패 같은 부정적인 소식이 이어지며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지난 4월 말 대비 KRX 헬스케어 지수는 21% 가까이 하락했다.


차세대 주자로 꼽혔던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 미디어주 역시 지난 5월부터 주가가 ‘계단식 하락’을 기록하고 있고, ‘승리 스캔들’부터 양현석 전 대표의 탈세 의혹까지 불거지며 지난해 말 대비 50% 가까이 빠진 YG부터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의 경영 방식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SM에 이르기까지 엔터주의 부진 또한 두드러진다. 현재로서는 위기에 빠진 코스닥의 구원 투수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제약·바이오, 미디어, 엔터 모두 코스닥 활성화 바람을 타고 짭짤한 수익을 거뒀던 업종들이다.

관련기사



수급도 돌아섰다. 올해 개인(4조2,103억원)과 연기금(8,602억원)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자산운용사 등 모든 투자자는 코스닥 ‘팔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 코스닥 우량주만 모아둔 코스닥150의 수익률이 코스닥 전체 수익률을 밑도는 현상이다. 올해 들어 코스닥 지수가 4.6% 하락한 동안 코스닥150은 17.5%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역시 코스피 우량주를 담은 코스피200이 3.92%의 수익률을 나타내며 코스피 지수(1.23%)보다 선방한 것과 대비된다.

문제는 앞으로 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7년 말부터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코스닥벤처 펀드가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였고, 코스닥150을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주목을 받으며 급격하게 그 규모가 증가했다”며 “그런데 당시 유입된 자금이 그간 코스닥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청산되지 못하고 잠재적 매물로 쌓여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약 3조원에 육박하는 코스닥벤처펀드의 설정액은 대부분 지난해 상반기에 설정됐다. 이후 순자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지만 설정액 규모는 유지되고 있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코스닥 지수가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손절’하거나 소폭의 차익이라도 건지려는 투자자가 늘고, 결국 수급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양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