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부위를 식혀주겠다며 얼음을 쓰면 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을 방해,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조진경 베스티안 서울병원 부원장·소아화상센터)
가정용 고데기(전기 머리인두)에 만 10세 미만 어린이가 화상을 입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4~2018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고데기 관련 사고 755건 중 74.4%가 화상이었다.
고데기 발열판의 온도는 최고 215℃까지 올라간다. 스위치를 끈 뒤에도 5분가량 100℃ 이상이 유지되고 20~25분이 지나야 40℃ 이하로 떨어진다. 때문에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에서 사용하고 사용 후 열기를 식혀줘야 한다.
연령대가 확인된 화상 피해자 중 절반은 10세 미만 어린이였다. 호기심이 많지만 반응 속도가 느린 영아(만 0~1세)가 65%를 차지했다. 화상부위는 손·팔이 가장 많았다. 고데기 사이에 손이나 발이 낀 경우 어린이는 재빨리 빼내기 어렵기 때문에 화상의 깊이가 깊어진다.
고데기 화상은 2도 화상이 88%로 가장 많았다. 2도 화상은 표피 전부와 진피 일부에 손상을 입어 대개 물집과 피하조직 부종을 동반한다. 어린이 화상환자의 치료기간은 55%가 2주 이상~1개월 미만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길었다.
화상을 입었다면 우선 흐르는 시원한 물로 해당 부위를 식혀준다. 얼음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순환을 방해,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한다. 수포가 발생했거나 특히 만 6세 미만 영유아라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화상으로 발생한 수포는 세균 감염 가능성이 높으므로 임의로 터트리거나 벗겨내선 안 된다.
조 부원장은 “온도가 높은 고데기를 어린이가 호기심에 만지거나 고데기 사이에 손발이 끼어 깊은 화상을 입지 않게 조심하고 사용 후 고데기 모양에 맞는 내열 파우치에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뜨거운 물이나 화재로 화상을 입은 환자에게는 어떤 응급조치가 좋을까. 전욱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장(화상외과 교수)은 “가슴 등에 화상을 입은 환자에게 찬물로 환부를 계속 식히는 잘못된 응급조치를 하는 바람에 저체온증이 생겨 죽기 직전의 상태로 오는 환자도 적지 않다”며 “가급적이면 손을 대지 말고 병원으로 빨리 이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흐르는) 미지근한 물이나 찬물로 화상 부위를 식히는 응급조치는 손 쪽에 화상을 입은 경우로 국한하고 물이 끓는 냄비 등을 엎어 손발 등을 덴 경우에는 씻지 말고 깨끗한 수건으로 덮은 뒤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