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금호아시아나 본관으로 사용됐던 서울 광화문 콘코디언에 현대자동차그룹 건설 계열사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금호그룹이 본사 사옥과 아름다운 이별을 하지 못한 건물이었던 만큼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기존의 건물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콘코디언 빌딩 6개 층을 계약했다. 현대건설은 최근 수주한 3조2,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마잔 플랜트 공사와 관련된 팀을 해당 건물에 입주시킬 예정이다. 해당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현대엔지니어링 일부 팀도 함께 입주할 예정이다.
콘코디언 빌딩은 지하 8층 지상 29층 규모로 기준층 면적이 654평이다. 전용면적으로는 314평 수준이다. 6개 층은 전용 기준으로 2,100평이다. 상당히 큰 규모로 평가된다. 시장에 알려진 임대료 수준은 654평 기준 월 4억5,000만원 수준이다. 계약 기간은 2년으로 전해졌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아닌 별도의 프로젝트팀으로는 상당히 큰 규모”라고 평가했다.
이번 계약은 콘코디언 건물의 주인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도이치자산운용으로 바뀐 이후 첫 대규모 계약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차입금 비율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광화문 사옥을 도이치자산운용에 4,1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이후 도이치 측은 임차인 모시기에 나섰지만 노무라경제연구소 등 소규모 임차인만 계약한 바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콘코디언이 2008년 지어져 10년 이상된 건물이지만 본사 사옥으로 사용돼 관리가 상당히 잘되어 있는 편이고 여기에 더해 서울 중심인 광화문 새문안로에 위치해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인기가 덜 한 편이다. 최근 서울 도심(CBD) 지역에 20층 규모 서소문 5구역 빌딩을 비롯해 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의 신규 공급, 그리고 새로운 임차인을 찾는 빌딩들이 다수인 점이 악재였다. 특히 금호그룹 사옥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금호가 본사 사옥으로 썼던 이미지가 강해 임대로 나왔다는 점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점도 이유였다.
그래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번 임대로 해당 건물에 현대건설 간판을 다는 한편 빌딩 외벽에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현대차그룹 이미지 광고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은 임대 면적의 50% 이상을 사용해야 간판 등을 달 수 있다.
현대건설이 대규모 수주를 기반으로 건물에 새로 입주하는 만큼 콘코디언 사옥에서의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 갈지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금호 이후 나빠진 사옥 이미지를 바꿔 놓고 건물 가치도 끌어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