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로터리]환율 뛰면 수출 늘고 성장률 오를까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이명박 정권은 ‘747’이라는 선거구호를 내세워 집권했다.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7대 경제대국! 그러나 그 결말은 비참했다. 집권 5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은 3%를 겨우 넘겼고, 국민소득은 2만 5,000 달러에 미달했으며, 세계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혹자는 2008년에 발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유로 꼽는다.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며 찬사를 하는 이도 있다. 일단, 몇몇 나라들의 2010년 성장률을 살펴보면, 싱가포르 15.2%, 파라과이 13.1%, 대만 10.6%, 중국 10.6%, 인도 10.3%, 아르헨티나 10.1% 등이었다. 이래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2010년 우리 성장률 6.8%는 2009년 성장률 0.7%에 대한 반사효과에 불과했다. 5년 연평균은 3.3%에 불과했다.

왜 성장률이 뚝 떨어졌을까? 이명박 정권은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성장률을 높여야 하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출을 촉진해야 하며,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환율을 상승시켜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외환시장에서 부지런히 달러를 매입함으로써 2008년 초 940원대였던 환율은 그해 4월 1,000원을 넘겼고, 9월에 1,200원을 넘겼으며, 11월에는 한 때 1,5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래서 수출증가율은 그해 중반쯤엔 20~30%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성장률이었다. 2007년 4·4분기에 6.8%였던 성장률(연률)은 2008년 1·4분기 3.9%, 2·4분기 1.4%, 3·4분기 0.7% 등으로 떨어졌고, 4·4분기에는 무려 -17.3%까지 추락했다. 무엇이 성장률을 떨어뜨렸을까? 흔히들 세계 금융위기를 원인으로 꼽지만,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한 것은 2008년 4분기인데, 국내경기는 이미 2008년 1분기부터 줄기차게 하강했다. 뒤에 나타난 변수가 원인으로 작용할 수는 없다. 국내경기를 하강시킨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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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엇일까? 우선, 환율이 급등하자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래서 같은 소득으로 더 적은 소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훌쩍 넘어섰다. 기업 경영수지는 악화되었고, 투자와 고용은 실종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심각한 곳은 금융시장이었다. 외채를 들여왔던 금융기관은 환차손을 입었고, 외채를 갚기 위해 자금을 총동원했다. 결국 금융시장은 극심한 신용경색에 시달리게 되면서 국내경기는 추락하고 말았다.

이쯤에서 재고해볼 문제는, 환율을 상승시키면 수출이 진짜로 증가하느냐는 것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해외바이어가 수출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국내 수출기업들은 그 요구를 받아들이곤 했다. 반면에, 환율이 점진적으로 장기간 떨어지면 수출은 오히려 증가하곤 했다. 대표적으로, 2001년 말에 1,326원이었던 환율이 2007년 10월에는 한때 900원 아래로 떨어졌는데, 우리 수출은 그동안 약 2.5배가 증가했다. 왜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졌을까?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업체는 경영수지가 악화된다. 100달러짜리를 수출하던 기업은 150달러짜리를 수출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므로, 신기술 개발, 신제품 개발, 불량률 감축 등등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환율이 점진적으로 떨어질 때 수출은 오히려 증가한다. 불행하게도 문재인 정권은 이런 현장의 실태를 외면하고, 환율방어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니 어찌 수출이 호전되고 경기가 살아날 수 있겠는가?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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