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낯선 폐로(閉爐)속 세계의 비밀을 풀어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화학연구실 임상호·이정묵 박사팀이 이달 중순 원자력 연구 분야의 최상위 논문인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에너지 리서치’를 통해 우라늄과 지르코늄의 합성 산화물을 이용한 폐 원자로 속 금속 용융물의 특정 구조 규명에 성공했음을 알렸다고 30일 밝혔다.
연세대 멀티스케일 전산연구실 한병찬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내 방사화학분야의 권위를 자랑하는 연구 기관과 대학교 간의 협력으로도 관심을 받았다.
현재 폐로 상태인 후쿠시마 사고 원전의 후속 조치와 맞물려 가동 후 원전의 안전한 해체가 원자력 산업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임 박사팀의 연구 성과는 폐 원자로의 유해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으로 평가받는다.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고온의 열에 의해 원자로를 구성하는 핵연료와 피복관, 금속 구조재 간에는 용융현상이 발생한다. 이 같은 용융현상에 따라 수명이 다한 원자로 내벽에는 다수의 금속 용융물이 남게 된다. 따라서 원자로의 해체에 앞서 이들 금속 용융물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곧 안전한 해체 공정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논문에 게재된 연구 성과의 핵심은 용융물에 대한 ‘새로운 분석 방법론에 따른 구조 규명’이다. 임 박사팀은 원자로내 금속 용융물과 동일한 물성을 지닌 우라늄-지르코늄 산화물을 대상으로 라만분광법주)을 적용해 산화물의 특정 구조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 같은 발견은 또한 특정 구조가 지르코늄 원자 1개 당 8개의 산소 원자가 콤플렉스 형태로 결합된 것임을 규명한 연세대측의 후속 연구 성과로도 이어졌다.
한편, 용융물에 대한 새로운 분석 방법론의 성과는 중대사고 발생 원전의 원자로 속 환경에 대한 귀중한 정보제공의 단초가 될 전망이다.
원자력연 임상호 박사는 “아직까지 중대사고 원자로에 생성되는 용융물에 대한 기초 정보가 부족한 가운데 이번 연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인 후쿠시마 원전을 비롯한 중대사고 원자로 용융물 케이스에 대한 정보 획득의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